▷부시 주지사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보아란 듯이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흉악범죄를 증오하는 다수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앨 고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입장을 명백히 밝히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과 이슬람교권 다음으로 사형을 많이 집행하는 나라다. 세계 180여개 국가 중에 사형을 폐지한 나라가 40여 개이고 사형제도를 두고서도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나라가 60여 개. 한국 헌법재판소는 7대 2로 사형제도의 합헌론을 유지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번 광복절 사면에서 사형수 2명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사형수 감형은 가끔 있는 일이어서 놀랄 것이 못된다. 김대통령 스스로도 80년 사형판결을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목숨을 건졌다. 중요한 것은 김대통령 취임 이후 2년여 동안 단 한 명도 사형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김대통령이 사형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적은 없지만 사형제도를 존치시키되 집행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김대통령은 사형수로서 ‘죽음을 내다보는 한계상황’에 있다가 무기로 감형받은 뒤 가족에게 보낸 옥중서신에서 ‘목숨을 다시 보존하게 된 것을 생각하면…한없는 감사와 기쁨을 느낄 뿐’이라고 썼다. 사형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뜨겁다. 전 세계의 종교단체와 인권단체들은 사형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운동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전개되고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형제도를 없애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부시 후보 같은 이가 일정한 여론의 지지를 받는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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