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제의 조직위원장 겸 프로그래머 서동진씨(34)는 퀴어영화제에 대해 “사회에서 침묵을 강요당하는 동성애자들의 삶과 언어를 영화의 영역에서 자유롭게 표출하는 문화적 축제”라고 설명한다.
“퀴어영화제의 합법적인 개최가 갖는 의미는 성적으로 소수 집단인 게이-레즈비언을 다룬 영상물을 공개 상영한다는 차원을 넘어 폐쇄적인 우리 사회에서 성적인 담론들이 개방되고, 나아가 동성애자의 인권을 논의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입니다.”
1회 영화제가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호기심 때문에 의도적으로 묵직한 주제의식을 강조한 작품들을 선보였다면 올해는 같은 주제라도 가볍고 경쾌하게 접근해간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박사과정(문화이론 전공)을 밟고 있는 서씨는 95년 대학원 재학시절 ‘동성애자 인권모임’ 설립 광고를 학보에 실어 유명세(?)를 치른 인물.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닫고 처음엔 절망감을 느꼈지만, 그는 동성애 인권운동을 통해 사회에 동성애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완강한 편견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는 “영화제를 시작으로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인 장벽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가는 장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