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스미스 이후 근대 경제학은 '세이의 법칙'을 토대로 발전해 왔다. 1929년 미국 대공황 당시 한때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다시 살아나 오늘날까지 경제학의 기본이 되어 있다. 오늘날 미국의 번영을 가져온 레이거노믹스팀은 이 이론의 맹신자들이다.
이 법칙을 한반도에 한 번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남과 북은 분단이래 계속 군비경쟁을 벌여왔다. 우리측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군사비는 전체 국가예산의 52% (1997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한국도 27%선이다. 남북 모두 군비확장에 엄청난 정력을 쏟아넣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무기는 어디로 갈까. 세이의 법칙대로라면 결국은 소비된다. 무기의 소비란 인명을 살상하는 것이다. 2차대전이전의 일본군국주의를 흔히 '군산(軍産)복합체' 라고 표현하고 있다. 업자들이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야심있는 군을 충동해 전쟁을 일으킨다는 이론이다.
모처럼 남북간에 화해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양측에서 100명씩의 이산가족들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상봉을 했다. 새 역사를 열었다는 점에서 일단은 그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도 생사조차 모르는 1천만의 이산기족들이 분단의 고통 속에 있다. 우리는 1985년의 아픔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에도 마치 통일이 다 된 것처럼 떠들며 이산가족들이 오고 갔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평화의 제스처가 순간적으로 지나가면 더욱 가혹한 냉전의 바람이 밀어닥치곤 했었다.
이제는 '세이의 법칙'이다. 군인과 무기를 줄이는 것이다. 핵과 미사일로 줄타기외교를 해온 북한을 설득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넘어야 하는 장벽이다.
경의선을 다시 잇는다고 한다. 이 노선이 연결되면 아시아와 유럽대륙은 하나로 이어진다. 북한말로 '사변'이다.
경의선에는 우리 민족의 한이 서려있다. 원래는 고종황제가 프랑스에 불하했었다. 러일 및 청일전쟁으로 세력을 얻은 일본이 이를 강제로 빼았았다. 일본이 경의선에 집착한 것은 만주대륙으로 진출하여 대동아공영권을 만들기 위한 것.
조선 민중은 독립운동차원에서 저항했다. 공사장을 찾아 돌을 던졌다. 일제는 이를 무참하게 진압했다. 돌을 던진 사람을 잡아 모두 공개처형을 해버렸다. 그때 죽어 원귀가 된 영혼의 수가 수 천을 넘는다. 문산 개성 의주 등 경의선이 지나는 곳마다 처형장이 설치됐다. 경의선은 이처럼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한 철로였다.
이번에는 다르다. 남북통일과 민족번영의 상징으로 만들어야한다. 탱크와 장갑차를 녹여 만들면 어떨까. 돈이 없어서 그런게 아니다. 획기적 군축을 하는 계기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이다.'세이의 법칙' 으로 남북문제를 풀어보자
김대호<경제부장>tige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