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조선말 학자들은 말다듬기를 통해 전등(電燈)을 ‘불알’로 바꾸었다. 전등이 불알이면 형광등은 ‘긴 불알’이다. 순수한 우리말도 좋지만 여성 동무들이 쓰기에 망측스러워 인민학교에서도 그냥 전등이라고 써도 ‘일없다’(괜찮다)고 가르친다. ‘떼 불알’(샹들리에)이라는 말은 장난을 좋아하는 남쪽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말다듬기 운동 초기에는 인민들에게 순우리말 쓰기를 거의 강제하다가 차차 느슨해지면서 한자말로 복귀한 것들도 많다.
▷북한이 만든 우리말 중에는 그대로 들여오더라도 언어생활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어휘가 많다. 잠약(수면제) 못신(스파이크) 끌신(슬리퍼) 가락지빵(도넛) 손기척(노크)은 사물의 기능이나 모양을 잘 표현한 순우리말이다. 남북한의 언어는 어휘뿐만 아니라 맞춤법에서도 많은 차이가 난다. 대표적인 것을 들자면 조선말은 두음(頭音)법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북측 ‘흩어진 가족친척 방문단’의 오영재 시인은 ‘리별(離別)과 분렬(分裂)이 너무도 길었다’고 썼다.
▷북측 방문단의 국어학자 유열씨는 “남한에서 사용하는 조선말에는 외래어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워커힐호텔 상봉장에서는 남한 가족이 한 ‘스타’라는 말을 북한 가족이 못 알아들어 즉석에서 ‘인민배우’로 번역해주자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북한에서 온 귀순자들이 언어 생활에서 가장 애로를 느끼는 것도 바로 외래어라고 한다. 남북한 언어의 ‘분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쪽에서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국어학자들은 지적한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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