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두 영화에는 모두 ‘블루’라는 단어와 그에 걸맞는 짙푸른 빛깔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 빛깔이 지닌 이미지는 서로 달랐다. ‘그랑 블루’의 그것이 바다와 자유를 의미했다면 ‘베티 블루∼’의 그것은 광기와 열정을 의미했다.
그러나 상영시간 3시간5분의 무삭제판으로 ‘베티 블루∼’를 통해 다가서는 그 빛깔에는 깊은 슬픔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무려 원작을 절반이나 잘라낸 87년 국내상영작(상영시간 1시간40분)과는 정서적 울림이 전혀 다르다.
파편화된 이미지로 섬뜩하게 비쳤던 베티(베아트리체 달)의 광기는 순수하면서도 짙은 슬픔을 머금고 우유부단하게만 보였던 조르그(장 위글 앙글라드)도 강렬한 매력을 지닌 인물로 다시 태어난다. 특히 푸른색과 오렌지 빛깔이 어울리는 해질녁 해변 풍광 같은 영상미와 그 여백을 타고 흐르는 가브리엘 야레의 서정적 음악을 흠뻑 맛볼 수 있어 좋다. 오프닝의 정사장면 등 전설적인 러브신들이 모두 살아났지만 뿌연 안개로 가려진 것은 여전하다. 18세이상 관람가. 19일 개봉.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