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의 세금이야기]투명과세와 징세편의주의

  • 입력 2000년 8월 17일 19시 13분


개혁이 화두인 시대를 살고 있다. 세금 문제도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1일 국세청은 ‘제2의 개청’을 표방하며 많은 세금 관련 업무를 개선했다. 이제 세정 개혁 1년을 맞는 셈이다.

국세청은 국세행정 개혁과 관련해 핵심 부분을 많이 고쳤다. 지역담당제 폐지를 비롯해 세무조사 조직의 대폭적인 확대, 납세자보호담당관 제도의 도입 등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내용에 대해 파격적인 수술을 단행했다.

최근 지방국세청 조사요원들이 법인이나 개인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일 때면 종전에 볼 수 없었던 강도로 조사를 진행해 원칙에 입각한 세무조사의 단면을 읽을 수 있었다.

아울러 납세자들의 고충과 애환을 납세자보호담당관이 직접 처리하고 국세 공무원들의 대국민 친절 서비스 교육을 크게 강화한 것도 달라진 대목이다.

이처럼 세금 관련 제도나 행정의 변화에서 개혁의 분위기를 실감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제도의 개혁 때문이다. 외형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제도나 법을 고쳐 과세표준이 노출되도록 유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사업자가 5만원 이상 접대를 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아예 접대비로 인정하지 않거나 근로자가 일정 비율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근로소득세에서 세금을 공제하는 제도의 도입이 그것이다.

신용카드 복권제의 시행과 부가가치세의 일반과세자 범위를 연간 매출액 4800만원으로 축소한 것도 대표적인 경우다.

특히 올해부터는 법인기업이나 중소기업자가 10만원 이상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제공받을 때 세금계산서나 신용카드 매출전표 등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 영수증이나 간이세금계산서를 받으면 해당금액의 10%를 가산하기로 한 제도도 중요한 변화다.

그러나 개혁의 과정에서 세무당국의 징세편의주의도 엿보인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적극적인 행위자에게 가산세를 물리지 않고 세금계산서 등의 교부를 강제로 요구할 권한이 없는 소극적 행위자인 구매자에게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이 한 예이다.

또 이런 제도가 적극적인 홍보 없이 조용히 진행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많은 납세자들이 세금계산서 교부 자체를 모르고 있거나 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업소만 거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 옆의 문방구를 놓아두고 10리 밖의 도매상을 찾아가 문구를 구입하고 세금계산서를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대다수 납세자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준비가 된 뒤에 가산세 제도를 도입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납세자도 세법의 내용을 잘 알고 절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판매하는 물건은 말할 것 없고 소모품이나 문방구 회식비 등에 대해 꼼꼼하게 세금계산서를 받아야만 내년 결산시 억울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세무사·sbc001@tax―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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