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같이 차가운 표정 때문에 ‘아이스맨’으로 불리는 두산 마무리 투수 진필중(28)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씩 웃는 진필중의 대답이 걸작이다. “TV에 비칠 때 화면발이 잘 안받잖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대담성, 항상 굳게 다문 입. 무표정한 얼굴을 보는 팬들은 그가 대단히 내성적이고 차가운 성격이라고 지레 짐작한다.
하지만 진필중은 대단한 ‘떠벌이’다. 오죽하면 ‘CNN뉴스’란 별명이 붙었을까. 마운드에 섰을 때만 진지함을 유지할 뿐이다.
지난해 52세이브포인트 신기록을 세우며 국내 최고의 마무리투수 자리에 오른 진필중은 프로야구가 키워낸 스타다. 휘문고와 중앙대를 거쳐 95년 2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필중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입단 첫해의 전지훈련이었다. 당초 일본 쓰쿠미 스프링캠프 명단에 그의 이름은 빠져 있었지만 ‘비운의 투수’ 손경수가 말썽을 부리는 바람에 대신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이 전지훈련을 통해 그는 프로의 체계적인 훈련을 성실하게 소화해 냈고 비로소 ‘투수다운 투수’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그해 진필중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4―1 완투승으로 두산 우승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뒤부터 팀의 대들보로 쑥쑥 커나갔다.
고교와 대학 때 경기출전이 적어 어깨가 싱싱했던 데다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받아들이는 머리가 비상해 그의 기량은 날로 발전했다. 140㎞대 후반의 위력적인 직구. 거기에 포크볼,체인지업, 서클 체인지업(일명 ‘OK볼’) 등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한 개씩 새로운 변화구 구질을 개발하는 노력으로 이젠 정상급 투수로 성장했다.
지난해 마무리투수로 전업하자마자 구원 신기록을 세운 진필중은 17일 현재 45경기에서 5승3패 33세이브(38SP)로 기록 경신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