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주원/동강댐 예정지 주민들의 피해는?

  • 입력 2000년 8월 20일 16시 18분


정부가 동강댐 백지화를 발표한지 두 달이 지나도록 동강 보전과 주민피해 보상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않자 10년 동안 정신적 물질적 불이익을 받아 온 동강댐 예정지 주민들은 사후대책의 시급함을 극단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1991년 4월 댐건설 계획 발표 때부터 영농시책과 각종 투자사업이 중단됐고 1997년 댐 예정지 고시부터는 재산권 행사도 제한받았다. 순박한 주민들은 실향민이 될 운명을 한탄하며 영농 의욕을 상실한 채 보상에만 실낱같은 기대를 걸다보니 빚만 계속 늘어났다. 400여 농가가 10년 동안 진 빚은 모두 125억원이나 되는데 주민들은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를 갚기에도 힘들어 하고 있다.

동강 수몰 예정지 주민들의 정신적 고통과 감당하기 힘든 빚은 정부가 대형 건설계획을 추진할 때 주민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획을 추진하고 지역주민을 대상화해 온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세월 억압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지역주민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사업에 반대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주민들은 그저 정부가 쥐어주는 보상금 몇 푼을 손에 쥔 채 삶의 터전을 떠나 날품팔이 노동자나 도시빈민으로 전락해 버렸다.

국민은 6월 5일 멸종위기 동식물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동강댐 건설을 백지화하겠다 고 한 김대중대통령의 역사적인 결정을 기억하고 있다. 정부의 동강댐 백지화 결정은 환경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 주도형 대형사업을 철회한 첫 사례로 환경정책이 사전예방 위주로 전환될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지속가능한 국토이용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동강댐 백지화의 역사적 결정에 맞는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댐 백지화 발표에도 불구하고, 건설교통부는 아직도 댐건설 예정지 지정고시 를 해제하지 않고 있으며, 홍수조절댐 운운하며 새로운 동강댐 계획을 흘리고 있다.

우리도 수몰예정지 주민들이 입은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보상하는데 법적, 행정적 한계가 있음을 잘 안다. 현행법은 댐건설로 인한 보상만 규정하고 있어 댐건설 계획 단계에서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받아 온 주민피해를 산정하고 보상할 제도나 수단이 미비하다. 댐 건설을 백지화한 예도 전혀 없어 적용할 선례를 찾을 도리도 없다.

하지만 결자해지(結者解之)란 말처럼 댐건설을 추진한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주민들의 고통과 피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1조원의 혈세를 쏟아 부은 시화호가 거대한 시궁창으로 전락해도 책임지는 이가 없는 개발행정의 악행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동강 주민에 대한 피해보상을 통해 일방적이고 무분별한 개발 행위에 대해 원인 제공자가 책임지는 개발행정의 모범이 만들어져야 한다.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해 동강댐 백지화의 역사적 결단을 내린 정부라면, 사후대책을 수립함에 있어서도 동강과 함께 대대로 살고 있는 지역공동체의 지속 가능성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서주원<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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