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업소마다 고객유치를 위해 가게 앞 인도에 버젓이 불법 입간판을 세워두는 바람에 인도가 불법 입간판에 ‘점령’당하고 있다. 방치된 불법 입간판들은 거리를 오가는 시민의 불편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감전이나 화재 등 각종 사고의 위험마저 낳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불법 입간판은 수 십 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설치건수도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 관계공무원들의 전언이다. 서울시의 단속실적을 살펴보면 97년 4만여 건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9만여 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서울시내 각 구청의 단속인력은 모두 120여명에 불과해 턱없이 모자란다. 특히 현행 옥외광고물 관리법상 수거해 온 입간판은 각 구청의 창고에 ‘곱게’ 보관했다가 업주가 반환을 요구할 경우 그대로 돌려줄 수밖에 없다. 또 불법 입간판을 수거하려다 사전에 눈치 챈 업소가 입간판을 냉큼 가게 안으로 들여놓고 버티는 바람에 단속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구청 관계자는 “같은 업소가 몇 번을 위반하더라도 ‘가중 처벌조항’이 없어 ‘수거―반환’의 과정만 되풀이 돼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며 “일부는 수거과정에서 간판이 상했다고 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편 올 4월 서울시는 도시미관을 해치고 통행에 불편을 주는 ‘불법 입간판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수거와 동시에 폐기처분이 가능하도록 정부에 관련법의 개정을 요구해놓고 있다. 길기석 서울시 건축지도과장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월드컵대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앞두고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시민불편을 초래하는 불법 입간판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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