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져 주식형펀드들의 손실이 아주 커지고 있다. 주식형펀드는 연초대비 평균 25% 손실이 발생했고 일부 펀드는 원금의 절반이 사라졌다. 증시가 과열을 보이는 시점에서 주식형펀드에 집중 가입했다가 뒤이은 주가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이는 89년과 95년에 이어 3번째다. 주식형펀드의 큰 손실은 투자자의 불신으로 연결되고 있다. 작년에 부실채권문제로 채권형펀드에 대한 신뢰가 실추된 점과 맞물려 간접상품의 총체적인 위기론까지 얘기될 정도로 심각하다.
그러나 적지 않은 투자자들은 주식형펀드가 왜 막대한 손실을 입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 펀드매니저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왜 그들이 증시폭락을 예측하지 못하는지 의아해 한다.
문제는 바로 이점에 있다. 투자자는 그저 주식시장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자금을 맡긴다. 모든 위험에 대한 판단은 펀드매니저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펀드매니저들은 주식투자의 천재들이므로 미래의 증시 동향을 누구보다 잘 예측할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펀드매니저들이 천부적인 능력을 발휘해 고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환상을 이제 버려야 한다. 올초 몇몇 펀드들의 수익률이 지수상승률을 수십% 초과해 100%를 넘기도 했다. 그러자 투자자들은 이러한 성과에 크게 고무됐다. 하지만 이 펀드들 역시 올해에는 20∼30%의 손실을 보고 있다.
이는 펀드매니저들이 주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펀드매니저들은 단기적 주가를 예측하기보다는 경제성장 만큼의 과실을 주식을 통해 얻는데 운용 목표를 둔다. 투자자들도 주식형펀드를 통해서는 주가지수 상승률 정도의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
펀드매니저들이나 펀드판매사들도 투자자에게 과도한 환상을 심어줘서는 안된다. 증시가 너무 고평가됐을 때 고객자금이 투자되지 않도록 하고 투자자들이 채권 등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펀드매니저들은 투자자들에게 장밋빛 환상을 제시해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지 않아야 한다.
<한국펀드평가 사장>
<이진기자>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