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말 한솔금고는 부동산 담보가 있는 부실채권 2168억원어치를 도이체방크에 1673억원에 팔았다. 매각률 77.15%. 정상적인 경우라면 100%를 모두 받아야 하는 것이지만 채무기업이 부실해져 77%만 받고 털어 낸 셈이었다. 그러나 98년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의 시중은행 부실자산 매각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KAMCO는 당시 수조원대 자산을 ‘100원짜리 부실채권을 담보가 있으면 45원, 없으면 3원’에 일괄 매입했다.
▽공개 경쟁입찰제 도입〓제값 받기 현상은 경쟁입찰제 도입에 따른 것이다.
98년 이후 KAMCO나 시중은행은 골드만 삭스, 서버러스, 론스타 등 외국계 금융기관을 상대로 1대1 협상을 벌여 낙찰가격을 결정했다. 시중은행 여신관리 담당자는 “워낙 다급했던 당시 상황에서 ‘수의 계약’ 형식을 취하다 보니 헐값 매각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물론 금융 당국이 부실채권비율을 4%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지시가 있었던 데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긴급 매각’의 사정이 있었다.
그러나 올 들어 KAMCO, 한솔금고는 외국계 금융기관 간 경쟁을 유도해 실속을 챙기기 시작했다. 한솔금고는 입찰 전에 ‘낙찰률 75% 이하로는 입찰할 생각도 말라’는 공지문을 보낼 정도였다. 30일 법정관리 및 화의기업의 부채 1조1000억원의 매각 대상을 선정한다는 외환은행도 국내외 10개 금융기관과 펀드를 상대로 경쟁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부동산시장 안정도 한몫〓부실채권 인수회사(AMC)의 수익은 부동산 가격을 정확히 평가해 평가액보다 낮게 사들인 뒤 이윤을 붙여 팔면서 생긴다. 최근 미국계 자본에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실무를 담당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자본은 올 들어 시장이 빡빡해지면서 ‘100원짜리 물건을 50원 정도에 산 뒤 70원 정도에 되팔아 비용을 공제한 뒤 연 15% 정도의 이익을 낸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소 비싸게 사더라도 시장에서 이윤을 붙여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 수정은 담보로 잡아둔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안정세를 회복하고 있어서 가능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부산지역 한 호텔을 16억원에 인수한 외국자본이 국내 업자에게 40억원에 되 판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부실채권의 매각사례▼
날짜 | 매각주체 | 낙찰기관 | 채권가격 | 매각가격 | 낙찰률(%) |
98.9 | 자산관리공사 | 골드만 삭스 | 2075 | 253 | 12.24 |
99.5 | 자산관리공사 | 골드만삭스, 동양종금,서버러스, 모건스탠리 | 7724 | 1237 | 16.02 |
99.12 | JV AMC | 도이체방크, 삼성생명 | 2673 | 1286 | 48.13 |
2000.5 | JV AMC | 모건 스탠리 | 5705 | 3163 | 55.44 |
2000.6 | 한솔금고 | 도이체방크 | 2168 | 1673 | 77.15 |
2000.7 | 예금보험공사 | 론스타 | 3700 | 1961 | 53.0 |
(일부 단위 : 억원, 자료 : 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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