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서 가장 유망한 사업으로는 단연 신발을 꼽을 수 있다. 신발산업은 우리가 한 때 세계 최고였다. 10년 전인 1990년에 수출액이 43억달러나 됐다. 그러던 것이 지난 해에는 겨우 8억달러로 줄었다. 이유는 단 하나, 인건비 상승으로 국제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웃 대만은 아직도 신발산업이 무척 강하다. 그 비결은 중국과의 협력에 있다. 인건비가 높아지자 생산기지를 중국 본토로 바로 옮겨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우리 신발산업을 다시 한번 꽃 피울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시간이 없다. 회사들이 잇달아 도산하면서 전문인력이 사라지고 있다. 기술축적도 안되고 있는 기술도 없어진다. 이런 추세로 4∼5년만 더 지나면 신발산업은 완전히 무너진다. 나중에는 기회가 와도 기술인력 부족으로 더 이상 신발산업을 못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개성공단은 신발산업부터 먼저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잘된다는 보장은 없다. 나름대로의 비교 우위를 갖춰야만 북한의 신발공단이 성공할 수 있다. 그 첫째가 제조가격이다. 노동자 1인당 인건비가 평균 월 50달러 수준을 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설에는 북한당국이 근로자 1인당 150달러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전자산업쪽은 몰라도 신발은 150달러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북한의 경쟁국가인 중국 북부, 베트남, 방글라데시 수준이다.
둘째는 근로자 지휘권을 확실하게 보장해 줘야 한다. 북한과 비슷한 여건에서 시작한 중국은 대만 기업에 모든 것을 맡긴다. 철저한 업무 분업과 책임을 묻고 생산성에 연계된 인센티브 및 페널티 제도의 실시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중국 노동자에게 하는 것보다 훨씬 철저하고 가끔은 가혹하게 보인다. 여기에 대한 이유를 물으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품질과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발산업은 공산품처럼 설비에 의한 제품 품질의 균일화가 어렵다.
세번째는 납기를 당기는 것이다. 신발 완제품은 각종 부분품의 조립생산으로, 한곳의 공장에서 모든 것을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여러 부분품이 분산 제작되어 완제품 공장에서 조립된다. 납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자재의 제작과 생산에 따르는 기간과 자재의 운송기간 및 완제품 선적항차 및 항해 일수가 될 것이다
북한은 사업 초기에 대부분의 자재를 남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자재를 수입하는 것보다 더 빨라야 한다. 남북한 간에도 선박편이 자주 있어야 한다. 육상운송 연결에도 기대가 크다. 남북관계의 일관성 유지도 중요하며 미국과의 무역 단절을 푸는 것도 과제다.
개성공단은 우리 민족의 새로운 꿈이며 남북한 모두에게 소중하다. 윈윈게임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환상은 금물이다. 철저한 준비없이 시작했다가는 한을 남길 수도 있다. 경협이 잘못되면 남북통일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권창오<㈜신발테크 STI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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