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중국요리와 꽃게

  • 입력 2000년 8월 27일 18시 31분


음식을 세 가지로 구분한 수필이 있다.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음식’ ‘(배를) 채우는 음식’으로 나눴다. 그리고 이에 맞는 나라로 동양에서는 각각 중국, 일본, 한국이며 서양에서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이라는 것이다. 딴은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다. 중국요리가 맛있다는 데는 세상의 많은 사람이 동의할 터이니 말이다. 서양의 한 기자도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내왕한 것은 요리가 맛있었던 탓일 게다’라고 쓴 적이 있다.

▷중국에서는 요리를 예술로 보는 경향이 있다. 요리를 펑탸오(烹調)라고 하는데 유명한 요리사를 ‘펑탸오예술대사’라고 부른다. 요리에 대한 중국의 자존심이라고도 풀이된다. 사실 중국인은 ‘비행기와 책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요리할 수 있다’는 말도 있을 만큼 요리의 종류와 요리법은 무궁무진하다. 모기눈 요리, 썩은 두부 튀김 등은 들은 풍월로 치더라도 과자, 구운 빵 같은 간식류로 볼 수 있는 뎬신(點心)의 종류만도 9000가지가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중국의 식생활은 지역에 따라 다를 것이지만 생선요리를 섣달 그믐날 밤에 먹는 풍습은 널리 퍼져 있다.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데 생선은 남겨놨다가 밤 12시가 지나 새해에 먹는다는 것이다. ‘생선을 남긴다’는 뜻의 유위(有魚)가 ‘남음이 있다’는 유위(有餘)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생선요리는 아무래도 바다에 면한 상하이(上海)와 광둥(廣東)요리가 유명한데 게살만두인 셰펀바오(蟹粉包)도 맛있는 음식 중 하나이다.

▷중국요리 얘기를 꺼낸 이유는 요즘 말이 많은 중국산 수산물 때문이다. 특히 납덩이가 들어간 꽃게가 여러 상자에서 발견됐고, 납이 든 복어도 발견돼 중국 수산물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저장(浙江)성 저우산(舟山)에서 수입된 수산물에서 납이 나왔는데 문제는 누가, 무슨 이유로 실익도 크지 않은 그런 일을 했는가가 수수께끼라는 점이다. 한국에서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납 꽃게에 대해 중국당국도 철저히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자칫 잘못되면 중국 요리의 명예도 훼손될 수 있지 않은가.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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