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남편이 버스에 치여죽고 아이도 없는 로레타(쉐어 분)는 황당하게도 재혼을 앞두고 시동생이 될 로니(니콜라스 케이지 분)와 사랑에 빠진다. 형에 비해 자신에게는 항상 불행만이 있어왔다고 믿는 로니의 한쪽 손은 나무로 된 의수다.
수년 전 형이 주문한 빵을 만들다가 한 손이 잘리고 약혼녀마저 도망가버린 것이다.
로니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로레타. 하지만 눈이 날리는 겨울밤, 이별을 고하는 그녀에게 가여운 로니가 내미는 차가운 손(의수)을 그녀는 차마 거절하지 못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때 푸치니의 ‘라보엠’ 중 유명한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이 흐른다.
영화와 직접 관계는 없으나 의수와 관련한 얘기를 잠깐 소개해 보자. 두 손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한 손이 장애를 당해 의수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당뇨병 환자 중에 먹는 혈당강하제와 식이요법, 운동요법으로도 혈당조절이 안되어 인슐린을 주사해야 하는 환자가 있었다.
그 환자 역시 프레스 사고로 인해 한쪽 손이 의수였다. 인슐린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주사하기 위해서는 한 손으로 피하조직을 확보하고 다른 한 손으로 주사기를 잡아야 하는데, 혼자 사는 그 환자는 도와줄 사람이 없어 매우 난감 했다.
의수를 한 사람들에게 이와 비슷한 상황이 무수히 벌어질 것이다. 일시적인 경우라도 한 손을 사용치 못했던 사람들은 그 괴로움을 이해하리라. 하지만 의수를 한 사람들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사회의 선입견, 구직에서의 차별 등이 아닐까?
위의 당뇨환자는 같은 당뇨병환자인 이웃 사람이 매일 아침 인슐린 주사를 돕고 혈당측정까지 해주는 덕에 혈당조절이 매우 잘 되고 있다.
동병상련이랄까,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다른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경우를 자주 본다. 로레타가 로니를 사랑하게 되듯이.
푸치니의 ‘라보엠’에서도 가난한 시인 로돌포의 손이 역시 가난하고 병든 미미의 차가운 손과 스치면서 ‘그대의 찬 손’이 시작된다.
“이 얼마나 작고 차가운 손인가요! 내가 따뜻하게 하리라!…”
전재석(을지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