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개발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충분히 평가되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DMZ는 세계 유일의 자연생태계 보고로서 환경적으로 대단히 민감하기 때문에 개발을 논의하기에 앞서 환경보전 종합방안의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서부 사천강에서 동부 감호에 이르는 DMZ는 지형과 지세, 기후, 기상, 수계, 생태계가 다양해 여러 가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96∼99년 필자가 이끈 연구팀의 조사 결과 서부 파주 DMZ 일대에는 식물 460종, 곤충과 동물 229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오색딱따구리를 비롯한 11종의 희귀종과 검독수리, 흰꼬리수리, 재두루미 등 천연기념물 13종이 확인됐다. 중부 남대천 상류에서는 천연기념물 327호인 원앙과 10종의 조류가 확인되고, 동부 향로봉 일대에서는 모두 36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비무장지대는 국제적으로도 보전가치가 있는 내륙습지생태계와 산림생태계가 공존하는 곳이다. 특히 50여년의 분단 역사가 만들어 낸 생태계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독특한 지역이다. 산불 등으로 훼손된 저지대 활엽수림지역은 습지화해 여러 가지 종을 먹여 살리는 생물적 슈퍼마켓으로 분단의 새 살이 돋아나고 있다. 복원 예정인 경의선 철도가 지나가는 파주 사천강은 국제습지보호협약에서 지정하고 있는 국경 습지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DMZ 환경보전 종합방안의 작성이 시급하다. 이 종합방안은 DMZ 생태 실상에 바탕을 둔 장기적으로 지속이 가능한 관리틀이 돼야 한다. 그동안 유엔개발계획(UNDP)과 서울대에 의한 생태조사 등 일부지역에 한정된 조사는 있었지만 DMZ 전체의 생태 실상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수많은 지뢰가 묻혀 있고, 조사활동이 엄격히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이나 장관급회담에서 DMZ 남북공동생태조사 논의가 빠져 있어 아쉬움을 갖게 한다.
생태조사에 의한 생태지도를 작성한 다음 자연환경감사기법 등을 이용해 보전가치를 평가하고 DMZ 전체를 절대보전지역(핵심지역), 상대보전지역(완충지역), 그리고 생태평화마을 등 어느 정도의 개발을 허용하는 전이지역으로 구분해야 한다. DMZ 일대에는 사유지가 많다. ‘DMZ 트러스트’를 만들어 절대보전가치가 있는 사유지는 매입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DMZ에는 남과 북을 오가며 흐르는 강이 5개 있다. 이들 강에 대한 수계별 환경보전 종합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수계별 환경관리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상황요인은 북한측의 참여와 협조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남북이 참여하는 ‘DMZ 수계별 환경관리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DMZ는 생태학적으로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DMZ, 특히 두루미 서식처 일대를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논의를 진행중이고, 세계평화재단은 평화공원 조성을 제시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과 국제자연보전연맹도 DMZ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적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에 대한 국제적 관리기준과 권고의 고려,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어느 지역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UNDP 지구환경기금 등의 지원을 받아 남북이 참여하는 국제 DMZ 생태조사 관리 연구단을 구성하는 것은 좋은 방법일 것이다.
남북환경협력의 하나로서 주민 기업 정부 시민단체 농부 등이 DMZ 환경보전종합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담는 행동계획인 ‘비무장지대 의제 21’의 작성을 기대해 본다.
김귀곤<서울대 교수·한국환경정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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