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Business]대기업 CEO들 재임기간 늘어

  • 입력 2000년 8월 27일 18시 47분


더크 재거는 지난달 17개월간 재직해오던 P&G의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163년에 이르는 이 회사의 역사상 최단명 회장이었다. 마텔의 이사회는 겨우 3년간 재직한 질 배러드 회장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코카콜라의 회장이던 M 더글러스 아이베스터도 2월 2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국 기업 회장들의 재직기간이 몇 년 전에 비해 짧아졌다는 증거들은 적지 않다. 경영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예전보다 훨씬 더 심하게 요동을 치고 있으며, 대기업 회장들은 주식시장에서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이에 대한 책임을 신속하게 질 것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업들에서는 회장들의 재직기간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한 새로운 연구는 1990년대 후반에 이들 기업에서 변한 것이 별로 없으며, 만약 변화가 있었다면 그것은 회장들의 재직기간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뉴욕의 경영 컨설팅 회사인 SCA 컨설팅의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1995년 초에서 2000년 초 사이에 65개 대기업 회장들의 평균 재직기간은 1년이 늘어 8.3년이 되었다.

이 연구결과에 대해 경영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스웨스턴 대학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도널드 제이콥스 원장은 “현실은 이 연구결과와 정반대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인력공급 회사인 스펜서 스튜어트의 토머스 네프 사장도 “우리는 현재 고객들의 의뢰로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인재들을 찾고 있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 분석가들은 대기업 회장들의 재직기간이 늘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최근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결과에 의하면, 스톡옵션의 비중이 커진 회장들의 연봉체계가 회장들을 현재의 자리에 붙들어두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우량주 기업들에서는 투자자들과 이사들이 주식시장에서 나타난 결과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 게다가 이사회는 회장의 후계자를 고를 때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이기 때문에 훨씬 더 능력이 있는 사람을 회장 후보로 고르는 경우가 많다.

SCA의 공동 소유주인 러셀 밀러는 애당초 이번 연구의 목적은 대기업 회장들의 재직기간이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밝혀보자는 것이었다면서 자신들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이번 연구로부터 “여러가지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SCA의 연구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유명한 대기업 회장들의 얼굴이 바뀌는 경우가 전문가들의 생각보다 훨씬 적었다는 사실이다. 밀러는 회장들이 자리를 옮기고 싶어도, 대기업 회장에게 주어지는 연봉, 권력, 특권들을 제공해줄 수 있는 일자리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 커다란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많은 소규모 기업들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따라서 경영 전문가들은 미국의 모든 기업들을 연구대상에 포함시킨다면 지난 몇 년 동안 회장이나 사장들의 재직기간이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회장들의 이직률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들이 지금까지 몇 건 발표되었다.

현재 노스웨스턴 대학에 교수로 있는 윌리엄 오카시오는 몇 년 전, 1950년부터 1990년까지 대기업 회장들의 이직률을 비교한 결과 이직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1960년에는 5년 만에 사직을 하거나 해고를 당한 회장들이 전체의 약 5%였으나 1985년에는 15%였다. 오카시오 교수는 이 연구를 할 당시 2700개 기업 중에서 기업의 크기와 상관없이 임의로 표본을 선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결과도 1990년대 후반에 미국 최대기업들에서는 회장들의 이직률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SCA의 연구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지난 10년 동안 기업 경영과 관련해서 가장 두드러졌던 추세 중의 하나는 회장들의 연봉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10년 전 평균 280만달러였던 미국 200대 기업 회장들의 연봉이 지난해에는 이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94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연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에는 스톡옵션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최근 텍사스 대학의 마리아 헤이즌허틀과 J 리처드 해리슨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회장들이 소유하고 있는 스톡옵션이 더 많을수록 그들이 현재의 직위에 오랫동안 머무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게다가 1990년대에는 주식시장의 활황 덕분에 주식 가격이 올라가면서 회장과 이사들 사이의 분쟁마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버렸다. 인력공급 회사인 크리스천&팀버스의 제프리 크리스천 사장은 “주식시장의 활황이 지도력이 별로 없는 대기업 회장들의 단점을 눈가림해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financial/081600manage―tenur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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