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개가 비슷해도 ‘특전 U보트’ ‘크림슨 타이드’ ‘붉은 10월’이 개성 있는 캐릭터 또는 심리적 강박에 대한 빼어난 묘사로 성공한 잠수함 영화들이라면, 9월2일 개봉될 ‘U―571’은 액션 묘사에 가장 중점을 둔 잠수함 영화다.
1억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U―571’의 특수효과는 실제처럼 정교하고, 독일 군함이 폭파되는 마지막 장면은 실제 군함을 폭파해가며 촬영했을 만큼 액션의 스케일이 크다. 그러나 캐릭터 묘사와 갈등 전개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아 ‘특전 U보트’ 같은 영화를 기대한다면 실망하게 될 듯. 재미있는 오락영화지만, 보고 난 뒤에도 잔상이 오래 남는 종류의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2차 세계대전의 와중, 독일 잠수함 유보트의 맹공으로 위기에 처한 연합군은 독일 유보트 중 한 척인 U―571이 파손된 채 표류한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유보트의 무선암호 해독기를 빼앗기 위해 연합군은 트로이의 목마처럼 낡은 미국 잠수함을 독일 보급함대로 위장한 뒤 U―571에 침투하는 특별 작전을 편다. 타일러 대위(매튜 매커너히)를 비롯한 대원들은 U―571 잠입에 성공하지만 빠져나오기 전, 연합군의 작전을 눈치챈 독일군함의 공격을 받기 시작한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스케일 큰 액션을 선보이는 잠수함 영화 'U-571' |
승선 전, 타일러 대위가 잠수함 지휘 자격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초반부부터 액션을 제외한 이 영화의 요체가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난다. 함장은 타일러에게 “네가 지휘 자격이 없는 이유는 부하들을 사지에 몰아넣기엔 너무 마음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충직한 기관장 클루(하비 키텔)는 “지휘자는 전지전능한 두려움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요컨대 이 영화에서는 솔직하고 부드러운 타일러가 남성성에의 도전을 겪어가며 냉혹한 지휘자로 변모하는 과정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타일러에게 전적으로 집중된 영화인데도 매튜 매커너히의 카리스마가 약한 탓에 극적 감정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하비 키텔처럼 탁월한 배우를 캐스팅해 놓고도 조연 캐릭터 묘사를 등한시한 것도 흠. 록스타 존 본 조비가 타일러의 동료 피트 대위 역을 맡아 꽤 호연한다. 감독은 ‘브레이크 다운’으로 데뷔한 조너선 모스토. 실제 역사에서 유보트 암호해독기를 탈취한 군인은 미국인이 아니라 영국인이어서 영국 개봉 때 역사 왜곡 논란이 일기도 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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