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적하지만 문제의 발언은 사무부총장의 ‘실언’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균환(鄭均桓)원내총무의 발언 등 25일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집권여당이 헌법기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생명으로 하는 선관위 및 검찰에 어떤 형태로든 선을 대고 선거부정 처리를 협의 또는 조정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 정황이 낱낱이 공개됐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여전히 한 개인의 ‘실언’으로 몰아간다면 과연 국민적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어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사과와 관련자의 사퇴 및 처벌 등을 촉구하는 공개질의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달의 정기국회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강경입장이다.
우리는 야당의 ‘정략적 정치공세’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이번 일을 풀어나갈 책임은 당연히 정부 여당측에 있다. 당장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 국정조사든, 특별검사제든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밝힐 수 있는 대책을 놓고 야당과 협의해야 한다.
선관위는 어제 16대 지역구의원 중 200명이 선거비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여야(與野) 의원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선거법 위반자라는 것이다. 차제에 선관위의 선거비 실사내용을 재점검해 위법사항의 경중을 다시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애초에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이 위법자만 양산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이번 발언파문 의혹의 본질은 집권 여당 지도부가 선거부정을 지시 또는 교육하고 선관위와 검찰에 손을 쓰는 등 과거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불법행위를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식으로 저질렀느냐에 있다. 선거비 재실사 주장이나 비현실적인 선거법 논쟁과는 별개의 문제다.
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한다고 덮어질 일도 아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사후조치로 과거의 ‘썩은 정치’와 단절하는 것이다. 누구도 사안의 본질을 희석시키려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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