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섬마을 학교 사랑 2代

  • 입력 2000년 8월 28일 23시 32분


“50년 전 교육의 터전을 마련해준 면장님의 아들을 우리 섬마을 학교장으로 보내주십시오.”

전남 목포에서 뱃길로 2시간반 거리인 전남 신안군 비금면의 비금종고 학부모회와 주민 향우회원 등 180명은 이달 초 전남도교육감 앞으로 ‘교장 초빙 청원서’라는 이색 건의문을 보냈다.

주민들이 낙도의 유일한 중고교 통합학교인 비금종고 교장으로 초빙한 인사는 전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 인사담당 장학사인 오홍재(吳洪宰·60)씨. 주민들의 요청은 50년 전 오장학사의 선친 오재진(吳宰珍·72년 작고)씨와의 인연 때문이다.

비금면 출신으로 51년 6·25전쟁의 와중에서 초대 민선 면장을 지낸 오재진씨는 당시 변변한 학교 하나 없어 섬지역 자녀들이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사재를 털어 고등공민학교를 세웠다.

이런 인연으로 오장학사의 선친은 ‘섬마을 스승’으로 존경을 받아왔고 당시 설립한 고등공민학교는 이제 12학급의 비금종고로 성장했다.

주민들은 청원서를 보낸 뒤 오장학사에게도 교장으로 와줄 것을 간청했고 오장학사도 흔쾌히 받아들여 9월1일자로 발령을 받았다.“처음에는 고심이 많았습니다.외딴 섬 교장직이기 때문이 아니라 선친이 세운 학교를 남보다 더 잘 가꿔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습니다.”

오장학사는 “50년 전 선친과의 정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준 주민들이 고마울 따름”이라며 “2년여 남은 교직생활을 고향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며 보내겠다”고 말했다.

<신안〓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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