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는 대인지뢰(Antipersonnel Landmine)에 붙여진 섬뜩한 별명이다.
정부가 경의선 복원을 위해 비무장지대에 깔린 대인지뢰를 제거하기로 함에 따라 대인지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인지뢰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마다 전세계에서 2만5000명 가량의 민간인이 ‘침묵의 살인자’에 의해 목숨을 잃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138개국이 대인지뢰의 생산 사용 비축 수출을 금지하는 대인지뢰금지조약에 서명했으나 이미 매설된 대인지뢰의 엄청난 폐해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64개국 1억개 매설▼
▽실태〓유엔과 인권단체 등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64개국에 1억1000만개의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다. 비축된 대인지뢰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중국(1억1000만개) 러시아(7000만개) 미국(1130만개) 우크라이나(1000만개) 이탈리아(550만개) 인도(500만개) 알바니아(220만개) 한국(200만개) 등이 인권단체들이 지목하는 대인지뢰 다수 보유국. 아직도 해마다 200만개의 지뢰가 새로 매설되고 있다고 유엔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한국의 경우 휴전선 남쪽에 매설된 지뢰는 탐지가 어려운 M14 대인지뢰(속칭 발목지뢰)가 대부분인 것으로 100만개 가량. 테니스공보다 조금 작은 이 지뢰는 밟는 즉시 폭발해 하반신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휴전선 북쪽에는 얼마나 매설돼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대략 남쪽과 비슷한 100만개 가량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한국의 경우 비무장지대라는 제한된 지역에 지뢰가 묻혀있어 상대적으로 민간인 피해가 적다. 그러나 오랜 내전을 겪은 캄보디아 앙골라 아프가니스탄 베트남 등에는 국토 전역에 걸쳐 지뢰가 매설돼있어 민간인 피해가 심각하다.
▼250명중 1명꼴 장애인▼
이 중에서도 캄보디아는 농장이나 공장지역 등 일상생활 지역에까지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어 대인지뢰 피해가 가장 큰 나라로 꼽힌다.
캄보디아는 내전 이후에도 4만명 이상이 대인지뢰 때문에 팔다리를 잃었다. 캄보디아인 250명 중 한명이 대인지뢰 때문에 장애인이 된 것이다.
캄보디아 대인지뢰 제거 단체는 90년대 초반부터 세계 각국과 국제 인권단체의 지원을 받아 대인지뢰 제거작업에 들어가 지금까지 9만개 가량을 제거했다. 그러나 아직도 1000만개 가량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인지뢰 제거가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비싼 제거비용. 대인지뢰 가격은 불과 3∼10달러에 불과하지만 제거에는 1000∼3000달러가 든다. 게다가 지뢰가 매설된 대부분의 국가가 전쟁 와중에 황급하게 매설하거나 살포하는 바람에 지뢰 지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서독 국경에 뿌려진 지뢰 130만개 가운데 3만3000여개는 통일 후에도 행방이 묘연하다.
▼10년내 지뢰제거 요구▼
▽대인지뢰금지조약〓99년 3월1일 발효된 대인지뢰금지조약은 대인지뢰의 생산 사용 비축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조약은 또 가입국들에 대해 4년 내에 비축 지뢰 폐기, 10년 내에 매설 지뢰 제거를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영국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등 19개국이 이 조약에 따라 대인지뢰를 전면 폐기했다. 일본은 보유 지뢰 100만개 가운데 22만개를 올 3월말까지 해체했다. 나머지는 2003년까지 모두 해체할 예정이다.
그러나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은 대체무기가 개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약 가입을 거부, 가입국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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