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디나르 음악축제]개막곡 '바흐'에 청중 "쎄 봉"

  • 입력 2000년 8월 30일 19시 12분


디나르는 프랑스 서북부의 자그마한 해변도시다.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을 간직한 이곳에서 매년 8월 음악축제 ‘디나르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6회째부터 이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11회째를 맞은 올해는 개막연주를 바흐로만 구성했다는 점과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들의 독주회가 풍성했다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백건우를 비롯하여 다니엘레 알베르티, 미하일 루디, 피터 도노호 등이 올해 페스티벌에서 연주를 선보였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연주회장은 ‘스테판 부테 홀’로 해변과 매우 가까운 곳이다. 본래 성당이었던 이 곳은 성당이 화재로 사라진 뒤 재건돼 음악공연과 영화상영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오프닝 전날인 8월 3일에 디나르에 도착하자 마자 여정을 풀고 스테판 부테 홀로 향했다. 예상대로 백건우와 피아니스트 다니엘레 알베르티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두 피아니스트는 매우 즐겁게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연주를 중단하고 의사교환을 하며, 구체적인 페달링에 대한 약속까지 하면서 연습을 진행해 나갔다. 서로 마음에 들면 ‘쎄 봉(C’est bon!, 좋아, 좋아)’이라고 외치며 즐거워했다.

디나르 페스티벌에는 음악이 좋아서 자원봉사 형식으로 페스티벌을 위해 일하는 프랑스 인들이 있었다. 직업은 제각각 달라도 음악을 사랑하고, 피아니스트 백건우에게 매료되어 있다는 사실이 공통분모가 되어 페스티벌을 위해 매년 여름 모이고 있었다. 그들 속에서 가족같은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스테판 부테 홀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좌석은 거의 모두 찼다. 유럽에 와서 필자에게 생소한 풍경은 한국과는 달리 청중의 대부분은 중장년층이라는 사실이었다.청중 가운데 오토바이를 타고 왔는지 헬밋을 무릎에 놓고 연주회를 듣는 연인도 있었지만, 젊은 애호가와 음악을 공부하는 젊은 학생들이 홀을 채우는 한국과는 다른 풍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4일 열린 개막연주는 모두 바흐의 협주곡으로 꾸며졌다. 협주곡 6곡이 하룻밤에 연주되었는데, ‘모스크바 오케스트라 무지카 비바’와 지휘자 알렉산더 루딘이 연주했다.

첫곡은 바흐의 가단조 바이올린 협주곡 BWV1041이었다. 알렉세이 스트렐니코프와 ‘무지카 비바’의 바흐는 풍부한 감성이 깃들어있는 열정적인 것이었다. 풍부하면서도 편안하며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는 것이 ‘무지카 비바’의 특성이었다.

이어 다니엘 알베르티가 바흐의 피아노 협주곡 바단조 BWV1056을 연주했다. 알베르티는 추진력과 탄탄한 타건을 바탕으로 선이 굵은 바흐를 들려주었고, 즉흥성과 힘을 동시에 갖춘 피아니스트였다.

1부 마지막 곡은 바흐를 사랑하는 모든 애호가들에 너무나 친숙한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BWV1043이었다. 역시 ‘무지카 비바’의 악장인 알렉세이 스트렐니코프와 나탈리아 이우킴축이 협연하였다. 2악장의 유연한 호흡은 특히 매혹적이었다.

김동준(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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