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매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사고파는 것이니만큼 자동차나 주식을 거래하는 것과는 성격이나 거래방식이 판이하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결제가 통상의 거래에서처럼 물건 인도나 인수 없이 ‘현찰 박치기’로 끝난다는 점이다. 가격은 코스피200 1포인트당 50만원.
9월물 선물지수가 90이라고 하자. A는 9월14일에는 주가지수가 92정도 될 것이라고 보는데 마침 B가 만기일 주가지수를 88정도로 전망하고 있다면 A가 B한테서 9월물 선물을 사는 거래가 이뤄진다. 10계약이 매매되고 9월14일 주가지수가 A의 예상대로 92가 되었다면 A는 (92―90)×50만원×10계약〓1억원을 따고 B는 1억원을 잃는다. 주가지수 선물거래란 돈을 걸고 앞으로 주가지수가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를 알아맞히는 내기에 다름없다.
선물거래에는 이같은 투기적 거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식을 대량거래하는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선물을 적절히 이용해 손실위험을 줄이기도 한다. 이른바 헤지(hedge) 거래다. 향후 주가 움직임을 종잡을 수 없을 때 현물주식을 사면서 선물을 팔고, 반대로 현물을 팔 때 선물을 사는 방식이다.
투기적거래나 헤지거래는 현물시장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차익거래는 현물시장을 벌벌 떨게 만드는 위력을 갖고 있다. 차익거래는 선물가격이 크게 저평가되거나 고평가될 때 이뤄진다.
선물가격은 이론적으로는 현물가격보다는 높아야 한다. 선물을 산 사람은 선물을 마감일까지 보유하는데 금리, 배당 같은 기회비용을 물어야 하기 때문. 이런 비용을 감안한 선물의 가격이 ‘이론가격’. 실제의 선물가격이 이론가격보다 높거나 낮을 때를 ‘선물이 고평가 또는 저평가돼 있다’고 말한다.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을 산 뒤 선물 마감일에 정반대로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팔면 이득을 보게 된다. ‘현물을 사면서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에 따른 이득을 노린다’는 점에서 이를 ‘매수차익거래’라고 한다. 차익은 선물 마감일의 주가지수가 어떻든 항상 일정하다.
차익거래의 성패는 현물주식을 지수의 복사판이 되도록 얼마나 잘 골라 매매하느냐에 달려있다. 기관투자가들은 이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현물과 선물 가격의 균형이 깨지면 자동적으로 차익거래가 이뤄지도록 한다. ‘프로그램 매매’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8월30일 현재 차익거래를 위해 사들여놓은 현물 주식이 8394억원어치에 이른다. 여차하면 현물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는 물량이다. 물론 9월물 만기일인 9월14일에 모두 다 매물로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매수차익거래자들이 ‘앞으로 증시가 뚜렷이 좋아지거나 선물이 지속적으로 고평가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선물매수포지션을 12월물로 옮김과 동시에 현물을 그대로 갖고갈 수 있다. 차익거래잔고가 늘어난 것은 최근 투기적인 차익거래, 즉 만기일 이전에라도 선물이 저평가될 때를 이용해 반대매매로 차익을 챙기려는 투자형태가 늘어났기 때문. 대우증권 심상범 선임연구원은 “최근 매기가 중소형종목으로 몰리는 것도 지수관련주는 프로그램매도의 영향권에 들어있기 때문”이라며 “중소형종목을 많이 갖고 있는 개인들 입장에서는 프로그램 매도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