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주인공들이 흔히 그렇듯 저도 참 굴곡 많은 인생을 삽니다. 인생이라기보다는 역사라고 하는 편이 낫겠군요. 집을 지은 사람의 손녀의 손녀가 어른이 될 때까지 그 오랜 동안 참 엄청난 변화를 겪으니까요. 처음에는 데이지꽃 핀 언덕에서 달빛 아래 춤추는 사과나무에 둘러싸여 행복하게 살지요. 물장구를 치며 놀던 아이들이 자라 도시로 떠나는 걸 보면서 도시 생활을 궁금해하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저는 차츰 도시 속으로 들어갑니다. 아니, 도시가 제게로 번져오는 거예요.
도시 생활은 끔찍했습니다! 사람에게 버림받은 채 빌딩과 지하철과 고가도로에 둘러싸인 저는, 밤낮도 계절도 구별할 수가 없었습니다. 상처받고, 더러워지고, 너무나 외로웠어요. 제 심정 이해하시겠죠? 현대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아마 저하고 같은 기분일 거예요. 세월에 떠밀리듯 자라 낯선 세계로 들어가야 하는 아이들의 심정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그러나 저는 그런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제 자신을 지켜냅니다. 저는 ‘금과 은을 다 주어도 팔릴 수가 없는’ 존재거든요. 비록 초라해 보여도 ‘안은 변함 없이 훌륭’하거든요. 그래서 그 끔찍한 생활을 이겨내고, 결국 온 도시의 교통을 몇 시간이나 막으면서 당당히 이사를 간답니다.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데이지꽃과 사과나무에 둘러싸인 언덕 위로 돌아가는 거예요.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낯선 세계에 홀로 던져져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이런 제 이야기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랬으면 정말 좋겠어요.
하지만 한 가지, 제가 언덕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아주 잘 지은 집’이기 때문이에요. 여러분은 자신이 잘 지은 집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주위 환경이 어려울수록 슬픔의 힘과 꿈의 힘으로 버텨내실 수 있나요? 그렇다면 여러분도, 그곳이 어디건, 행복과 평화가 있는 곳으로 가실 수 있을 거예요.
김서정(동화작가·공주영상정보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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