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ports]스포츠 스타는 이 시대의 전사

  • 입력 2000년 9월 3일 18시 33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열성적인 스포츠팬들이 유명한 팀을 응원하면서 흥분과 공동체의식을 느낀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스포츠팬들 중에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의 유대감을 훨씬 더 깊게 느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열렬한 스포츠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해 너무나 깊은 유대감을 느낀 나머지 게임을 보는 동안 운동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호르몬의 급격한 증가와 같은 생리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연구에서는 경기의 결과가 스포츠팬들의 자신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심리학자들은 열성적인 스포츠팬들이 대부분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로서 스포츠팀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자부심을 구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캔자스 대학에서 실시된 한 연구는 이와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스포츠팬들이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이나 소외감을 덜 경험한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러한 스포츠팬 심리의 근원을 원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한다. 원시시대에는 부족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는 전사들이 그 부족의 진정한 유전적 대표자였다. 현대에는 프로 운동선수들과 대학 운동선수들이 운동장에서 게임이라는 양식화된 전쟁을 치르면서 원시시대의 전사들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한 학설에 따르면, 일부 스포츠팬들은 운동선수들의 묘기를 보면서 원시시대의 조상들이 부족간의 전쟁을 보며 느꼈던 것과 같은 강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로버트 시앨디니는 “스포츠 영웅들은 우리의 전사들”이라면서 “우리의 자아는 경기 결과에 깊이 몰두한다. 우리가 응원하는 사람이 바로 우리의 대표자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앨디니 박사는 1970년대에 스포츠팬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들을 실시했다. 그의 첫 연구에서는 대학의 스포츠팬들이 자기 학교 팀이 경기에 패한 다음날보다는 이긴 다음날 그 팀의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그 다음에 실시된 연구에서는 스포츠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경기에 이겼을 경우 “우리가 이겼다”면서 팀의 승리에 자신이 기여했음을 주장하지만, 팀이 경기에 지면 “그들이 졌다”면서 팀의 패배로부터 자신을 멀리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밝혀졌다.

시앨디니 박사는 “자기 자신의 성취가 아니라 어떤 것을 성취한 다른 사람과의 유대를 통해 일종의 존경과 존중을 얻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앨디니 박사의 연구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몇 년 동안이나 형편없는 성적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충실한 팬으로 남아있는 일부 스포츠팬들의 심리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러한 열성 스포츠팬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게 해준 것은 1993년에 캔자스 대학에서 실시된 연구와 그 이후의 비슷한 연구들이었다. 이 연구들에 의하면,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동일시의 정도가 높은 사람들일수록 팀의 성적이 나빠도 팀을 저버릴 가능성이 적으며, 경기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높은 생리적인 흥분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한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경기장 입장료와 기념품 구입비로 더 많은 돈을 쓰며, 자부심도 더 높았다. 이 열성적인 스포츠팬들이 팀이 경기에서 승리한 이후 운동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갑자기 증가하는 현상을 경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인디애나 대학의 에드워드 허트 교수는 이러한 팬들의 심리를 어떤 단체나 사회에 소속감을 느끼고 싶다는 욕망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속감의 충족은 우리의 건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켄터키주에 있는 머레이 주립대학의 대니얼 웬 교수는 “종교와 가족 같은 전통적인 제도와 기관들이 붕괴하기 시작하고 있다”면서 “스포츠가 그 공백을 메워준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sports/other/081100fan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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