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1급 비밀인 정부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매사추세츠공대 다니엘 엘스버그 연구원이 입수한 기록을 토대로 쓰여졌다. 당황한 미국 정부는 신문사를 상대로 ‘보도를 중단하라’는 소송을 내고 엘스버그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당시 사건은 국가기밀의 보호와 언론의 자유 및 국민의 알권리 보장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선이냐는 논쟁을 일으켰다.
‘4·13 총선 수사현황’ 문건 유출사건을 둘러싸고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지검은 2일 이 문건을 보도한 ‘주간내일’신문사에 “취재기자 인적사항과 문건입수 시기, 경위 등에 대해 알려 달라”는 협조 요청을 했다.
그러나 ‘취재원 보호’가 생명인 언론사로서는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은 나아가 기자 소환과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인과 언론학자들은‘공익’을 위해 문건을 보도한 기자를 범죄인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박형상(朴炯常)변호사는 “문건 내용이 국가의 안위를 해칠 정도의 기밀이 아닌 만큼 국가 형벌권보다는 언론의 자유와 알권리라는 법익(法益)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언론연구원 김창룡(金昌龍)박사도 “말로만 법을 외치는 정치인들의 불법 선거운동 실태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보도의 내용은 오로지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사건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언론자유의 손을 들어줘 보도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엘스버그는 무죄와 다름없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검찰이 자체 조사를 통해 문건 유출 직원을 찾아내는 것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언론자유까지 희생시키면서 ‘유출자 색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신석호<사회부>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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