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화해를 깊게 하려면

  • 입력 2000년 9월 3일 18시 5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어제 3개 방송사 인터뷰에서 북한에 있는 국군포로가 300∼400명이고 납북자도 그 정도 수라고 밝혔다. 700∼800명의 특수 이산가족이 북에 있음을 대통령이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김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송환문제가 현재의 남북관계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임을 강조한 것으로 우리는 이해한다. 김대통령은 비록 비전향 장기수의 북송과 국군포로 및 납북자의 송환을 상호주의적 문제로 연계하지는 않았지만 이에 대한 우리의 뜻을 북측에 분명히 밝히고 해결을 촉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역시 며칠 전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모든 이산가족의 생사확인과 편지교환을 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장관은 ‘모든 이산가족’이라는 표현을 국군포로와 납북자까지 포함한 것으로 해석하는 듯하다.

그러나 아직은 북측이 국군포로와 강제납북자의 존재를 분명히 시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군포로에 대해 북한은 1953년 7월 정전협정과 포로송환협정 직후 남한이 반공포로를 석방했듯이 북측도 ‘사회주의체제의 공민으로 남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포로들을 그쪽에 정착시켰다는 식이다.

북측이 어떻게 주장하든 김대통령이 밝힌 700∼800명의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가족들이 남(南)에서 애타게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설명이 필요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을 어떤 이산가족의 범주에 넣느냐와 상관없이 생사를 확인해 가족을 만나게 하는 일은 남북한 어느 쪽도 거역해선 안되는 인도주의적 요구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남쪽체제를 부인하고 체제 전복활동까지도 벌였던 비전향 장기수들을 조건 없이 본인의 희망에 따라 북으로 가게 한 것도 그처럼 ‘거역할 수 없는 인도주의적 요구’ 때문임을 북측은 알아야 한다.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남한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7만6000여명의 북쪽 가족 모두에 대해 생사확인 작업을 벌이기로 합의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가족상봉 문제도 그같은 대국적인 견지에서 남북한 양측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남북 화해협력이 더욱 내실 있게 진전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려면 국군포로와 납북자 가족상봉문제가 더 이상 앞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양측 모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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