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렇게 넘기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런 것들을 제대로 파헤치지 않고 섣불리 단순사기극으로 결론을 내릴 경우 권력형비리 의혹이 점점 더 증폭되고 그것이 결국 검찰과 정권의 큰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엄정하게 이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둘러 덮을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은행측이 단순히 박씨의 말에 속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점장 신씨가 이수길(李洙吉)부행장으로부터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라”는 전화를 받고 박씨에게 대출을 해주었다고 진술했고, 이부행장은 올해 박장관과 세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물론 대출관련 통화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은행 자회사 계약직 사원의 계약연장 부탁’ ‘사외이사 추천 부탁’ 등 사소한 문제까지 청탁하고 상의할 정도라면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부행장이 관악지점에 대한 본점의 특별감사가 진행중이던 지난달 박씨를 직접 만났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부행장은 검찰에서 “박씨가 ‘박지원 장관의 조카’라며 간곡히 면담을 요청해 만났다”고 밝혔지만 시중은행 부행장이 감사대상 지점의 ‘문제 고객’을 선뜻 만났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당연히 이부행장이 외압의 연결고리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된다. 일개 지점장이 본점 모르게 수백억원의 불법대출을 했다는 것도 여전히 의문이다.
검찰은 박장관 관련설과 사직동팀의 보복성 내사 의혹이 제기된 신용보증기금 대출보증 압력 사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 보증기금 지점장 이운영(李運永)씨 검거만 기다릴 일이 아니다. 한빛은행 사건과 보증기금 사건은 외압의혹과 관련해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법리상 형사처벌은 어렵더라도 외압부분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것이 검찰이 살고 나라가 바로 서는 길이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