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 카터(본명: Aaron Charles Carter)의 이름에 백스트리트 보이스(Backstreet Boys)라는 수식어가 선행한다면 그것은 아론 카터를 단번에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치다. 아론의 머리색이나 생김새로 이미 짐작했겠지만 백스트리스 보이스의 가장 잘 생긴 청년 닉 카터(본명: Nickolas Gene Carter)가 바로 아론의 친형이다(참고로 그의 누나는 Gil의 'If I Only Knew' 뮤직 비디오에 출연했다).
자신의 이름보다 형의 이름이 앞선다는 것은 결코 흔쾌한 일만은 아닐 것이지만, 엔 씽크('N Sync)와 함께 최강의 보이밴드로 인식되고 있는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후광을 업을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최상의 홍보 효과인 것은 사실이다.
아론이 우리를 찾아온 것은 그의 두 번째 앨범 [Aaron's Party (Come Get It)]이 자이브(Jive)를 통해 발매되면서다. 그는 이미 97년 에델(Edel) 레코드를 통해 데뷔작 [Crush On You]를 발표했는데 이 앨범은 무려 12개국에서 골드를, 일본에서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 앨범의 'Crush On You', 'Crazy Little Party Girl', 'I Gonna Miss You Forever', 'Surfin' USA'는 영국 싱글 차트에서 각각 9, 7, 21, 18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동남 아시아와 유럽에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서 그는 신출내기에 불과했다. 그렇다 해도 백스트리트 보이스가 영국에서 먼저 성공을 거둬 금의환향했던 것처럼 히트 메이커 자이브의 러브콜을 받은 아론에게도 그런 날이 없으리란 법은 없지 않은가. 이 두 번째 앨범 [Aaron's Party (Come Get It)]은 바로 그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심을 모으는 앨범이다.
이를 위해 아론은 자신의 이미지에 변화를 주어, 단발머리를 한 귀여운 꼬마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고 짧은 머리에 조금은 성숙해 보이는 듯한 소년이 됐다(누나들이 바라볼 땐 여전히 귀여운 동생 같겠지만 그 또래의 팬들에게는 가장 멋진 우상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외모의 변화 뿐 아니라 음악 색깔도 전작과는 사뭇 다르다. 전작 [Crush On You]가 10대 취향에 걸맞는 슈가팝 사운드 일색이었다면 이번 앨범에는 R&B, 힙합, 펑크(Funk)가 골고루 배합돼 있으며, 아론의 보이스 역시 성숙된 면모를 보인다.
여전히 소년 티를 벗어나지 못한 음색이긴 하지만 전작의 여자 아이 같은 목소리와 비교한다면 훨씬 남성스러워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음색 뿐 아니라 창법 역시 보다 성숙한 면모를 보여주는데 특히 랩을 이용한 보컬이 자주 들린다. 비록 스튜디오에서 훈련된 어린 소년의 것에 불과하지만 이는 분명 그에게는 커다란 발전이자 변화다. 즉, 아론의 두 번째 앨범은 R&B와 랩을 펑키한 사운드로 윤색한 댄스 팝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앨범의 첫 싱글은 앨범 동명 타이틀곡 'Aaron's Party (Come Get It)'. 보너스 트랙 '(Have Some) Fun With The Funk'를 제외하고 12개의 모든 트랙에는 각각 '막간 대화(Interlude)'가 삽입돼 있다. 이 막간 대화는 바로 이어지는 곡의 내용을 미리 소개하는 역할과 함께 듣는 재미를 더한다.
부모님을 내보내고 파티를 열자는 아론과 친구의 대화가 끝나면 곧바로 'Aaron's Party (Come Get It)'이 시작되고, 여자 친구 캔디와 아론의 통화 내용이 끝나면 'I Want Candy'가 흐르는 형식이다. 이러한 막간 대화는 바로 아론 자신의 이야기이자 그 또래들의 이야기로, 곡들과 마찬가지로 10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즉, 아론은 이 앨범을 통해 10대 취향에서 완전히 벗어나고자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유아적인 슈가팝 사운드에서 벗어나되 어른들의 이야기를 흉내 내려는, 어리석은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핸슨(Hanson)이나 길(Gil)이 10대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온 것과 달리 아론은 여전히 13살의 소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론의 이야기를 한 장의 앨범으로 완성시킨 이들은 다름 아닌 자이브(혹은 Zomba라 해도 무방하다) 사단. 특히 이 앨범에서는 스티브 맥(Steve Mac)과 래리 록 캠벨(Larry "Rock" Campbell)의 역할이 주도적이다. 이 둘은 각각 파이브(Five), 보이존(Boyzone), 웨스트라이프(Westlife)와 백스트리트보이스(Backstreet Boys),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았던 인물들.
영국 보이 밴드의 앨범을 주로 프로듀싱했던 스티브 맥은 'I Want Candy'와 'Real Good Time', 'Tell Me What You Want'를 편곡, 프로듀싱, 믹싱했다. 이는 백스트리트 보이스, 엔 씽크('N Sync), 브리트니 스피어스로 대변되는 소위 자이브 사운드로부터 아론의 앨범이 차별성을 갖도록 만든다. 'I Want Candy'는 80년대 영국 뉴 웨이브 그룹 바우 와우 와우(Bow Wow Wow)의 곡을 리메이크 한 것으로 최초의 원곡은 60년대 중반 록큰롤 밴드 스트레인지러브(Strangelove)의 곡이기도 하다.
스티브 맥은 스크레치와 어쿠스틱 기타, 다양한 이펙트 사운드, 그리고 매끄러운 코러스 등의 세련된 현대적 어법으로 35년이나 된 이 곡을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아직 변성기를 지나지 않은 아론의 보이스는 바우 와우 와우의 아나벨라 르윈(Annabella Lwin)보다 더욱 매력적으로 들린다. (아론은 이 앨범에서 Belle Stars의 원곡 'Iko Iko'를 리메이크하기도 했는데 원곡이 다양한 타악기를 중심으로 편곡됐다면 이 앨범에서는 일렉트릭 기타의 묘미를 중심으로 꽉찬 사운드를 들려준다.)
'Real Good Time'은 어쿠스틱 기타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편곡에 의해 어쿠스틱한 느낌을 주는 곡. 곡 중간중간 파이브, 웨스트라이브, 보이존 등의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Tell Me What You Want'는 브렛 앤더슨(Brett Anderson: Suede)과 데이빗 보위(David Bowie)를 결합한 듯한 보이스를 지닌 남성 보컬로 시작되는 곡으로, 그 어느 곡보다 화려한 코러스가 돋보인다. 아론은 어른들의 능숙한 백보컬에 싸여 있지만 자신의 매력을 잃지 않는다.
래리 록 캠벨은 첫 싱글 'Aaron's Party (Come Get It)'의 연주를 비롯해 'Bounce', 'My Internet Girl', 'Jump Jump'의 곡에 참여하고 있다. 'Bounce'는 R&B와 펑키한 사운드가 랩과 결합된 곡으로 랩을 제외한다면 자이브 소속의 다른 아티스트들의 곡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My Internet Girl'은 상쾌한 리듬 기타와 신디 사이저 스트링의 비교적 간결한 편곡 위에 아론과 백보컬의 조화가 돋보이는 곡으로 프로그래밍된 드럼 비트가 빠진다면 보다 성숙한 느낌을 주는 곡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댄스 팝 앨범에서 강렬하고 속도감 있는 비트가 빠질 수 없겠지만 한 곡 정도는 여유를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 'Jump Jump'는 제목 그대로 점프를 하고 싶도록 만드는 데, 이러한 느낌은 단지 이 곡 뿐만이 아니라 앨범 전체에 적용된다. 즉, 이 앨범에는 10대 특유의 생기가 넘쳐흐른다. [Aaron's Party]는 가장 10대다운 이야기를 가장 10대다운 팝 사운드로 만들어낸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조은미 jamogue@tube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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