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점심 무렵 통증이 다시 심해져 종합병원을 찾았더니 인턴은 집에 있는 외과의사와 통화한 뒤 “과장님이 ‘내일 출근해서 수술하자’고 한다”고 전했다. 밤새 환자의 체온이 38도를 오르내렸지만 인턴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월요일 출근한 외과과장이 배를 열어보니 맹장이 터진지 오래돼 뱃속에는 고름과 악취로 범벅이 돼 있었다. 간신히 수술을 마쳤지만 고열 통증 전신부종이 가라앉지 않았다. 수술 뒤 4일경 배에서 검은 분비물이 나오고 호흡곤란을 겪다가 사망하고 말았다. 부검결과 사인은 맹장염 뒤의 ‘범발성 복막염’.
법원은 “강씨가 처음 병원을 찾은 토요일에 맹장염을 의심했다면 곧바로 시험적 개복술을 시행해 복막염으로 진행을 막아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병원측에 1억9천만원의 배상 명령을 내렸다.
의료 처치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얼마나 빨리 진단하고 수술하느냐에 생명이 달려있다. 자신의 상태가 얼마나 위중한지 모르는 환자가 집에 가겠다고 해도 아무런 설득없이 각서 한 장 받은 것으론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일요일이라도 응급환자가 내원하면 의사는 쉬던 중이라도 병원에 와서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인턴의 간단한 전화로만 진단한 채 수술시기를 놓쳐 생명을 잃게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료전문변호사)www.medi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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