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뉴스]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인도영화

  • 입력 2000년 9월 6일 16시 01분


10월6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윤곽이 잡혔다. 총 55개국에서 날아온 211편의 작품으로 푸짐한 영화잔치를 마련하는 것. 개막작으로는 부다뎁 다스굽타 감독의 <레슬러>가, 폐막작으로는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가 선정됐다.

아시아 영화를 담당하는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지난 9월4일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일본, 홍콩, 중국, 이란 영화들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 폐막작으로 상영된 적은 있지만, 인도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랑과 평화를 주제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레슬러>를 개막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레슬러>는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작품으로, 볼리우드(bollywood)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많은 영화를 생산해내는 인도 영화계의 숨은 진주 같은 영화다.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는 이미 칸영화제에서 상영되어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했다는 점에서 이번 폐막작 선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이런 우려에 대해 "칸영화제에서 상영된 것은 완벽한 편집본이 아니며, 이번에 상영될 버전은 새로운 편집과정을 거쳐 약 4분가량 러닝타임이 길어진 필름"이라고 밝혔다.

이번 영화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중앙아시아 영화들이 대거 초청되었다는 점과 여성감독들의 영화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영화들이 '천산을 넘어온 영화'라는 특별 프로그램으로 상영될 예정이며 여성감독들의 영화는 초청작 중 전체 약 20%(40여 편)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프로그램 중엔 한국의 고전 <춘향전>을 돌아보는 '영원한 고전의 향기-춘향전 특별전'이 눈길을 끈다. 1961년 홍성기 감독이 연출한 <춘향전>부터 2000년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춘향뎐>까지, <춘향전>을 모티브로 한 6편의 영화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상영될 예정이다.

또 '살롬 시네마! 마흐말바프가의 영화' 섹션에선 5명의 가족이 모두 영화인으로 활동중인 이란의 마흐말바프 가족을 초청해 이들의 영화를 함께 관람하고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번 영화제에는 다른 어느 해보다 해외 게스트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파리 텍사스><베를린 천사의 시> 등을 연출했고 최근엔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밀리언 달러 호텔> 등 디지털 영화에까지 손을 댄 뉴 저먼 시네마의 기수 빔 벤더스 감독이 올해 부산영화제를 찾을 예정이며, 프랑스 누벨 이마주의 서막을 열었던 뤽 베송 감독 역시 제작자 자격으로 부산영화제를 방문한다.

이밖에 부산국제영화제의 단골손님인 왕가위 감독과 배우 양조위도 <화양연화>를 들고 부산을 찾는다. 일본 손님 중엔 이시이 소고 감독과 사카모토 준지 감독이 눈에 띈다. 이시이 소고 감독은 <물 속의 8월><역분사가족> 등 난해하지만 작품성 높은 영화를 꾸준히 선보여온 일본 독립영화계의 거장. 사카모토 준지는 코믹북 스타일의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일본 신세대 감독의 기수다.

관심이 모아졌던 장만옥의 영화제 방문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 그러나 영화제 사무국측은 장만옥을 계속 섭외하고 있는 중이며 성사될 확률은 90% 이상이라고 밝혔다.

영화제측은 평양국제영화제 측과 상호교류를 통해 다수의 북한영화를 초청 상영할 계획이었으나 정부와 조율이 늦어져 올해에는 북한영화를 관람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부터 1일 3,4회 씩 심야상영을 실시해 '영화제의 밤'을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상영관도 12개에서 15개로 늘어났으며, 이중 시네시티 부산 6관을 인더스트리얼 스크리닝 전용관으로 지정해 해외 언론인 및 게스트들이 다양한 한국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예매처는 부산은행 각 지점과 서울극장, 부산 대영극장, 부산극장, 야외상영장(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등이며, 9월22일(금)부터 예매를 시작한다.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www.piff.org)에서도 예매 가능. 입장료는 개, 폐막작 10,000원, 일반영화 관람료는 4,000원이다. (문의 02-3675-5097)

황희연 <동아닷컴 기자> benot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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