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담임목사직 세습 공방 광림교회 김선도목사

  • 입력 2000년 9월 6일 18시 27분


《대형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을 둘러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과 관련 교회측의 공방이 5일 기독교윤리실천 등이 주최한 포럼이 광림교회측의 ‘실력행사’로 무산됨에 따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기윤실의 입장과 포럼 무산에 앞서 동아일보와 단독으로 이뤄진 광림교회 김선도(金宣燾·69)목사의 인터뷰를 게재한다. 광림교회는 김목사가 내년 3월 은퇴를 앞두고 맏아들인 김정석(金珽石) 부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기기로 한 바 있다.》

―장남이 광림교회의 후임 담임목사직을 맡기로 한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수백년의 개신교 역사를 가진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목회권을 넘겨받는 경우가 숱하게 많지만 논란이 되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목회자인 미국 로버트 슐러목사의 크리스탈 커시드럴(Crystal Cathedral)도 아들이 목회권을 이어받았고 캐나다 오스왈드 스미스 목사의 피플스 처치(People’s Church)도 3대째 목회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충현교회의 경우도 아들에게 목회권을 넘겨 혼란이 일어난 것이 아니고 외부에서 목사님을 두 차례 청빙해본 뒤 뒤늦게 아들에게 신학공부를 시켜 후임으로 삼아 혼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목회자를 외부에서 모실수도 있었을텐데요….

“외부인을 모시는 것은 교회로서 리스크가 큰 것입니다. 똑같은 신학을 해도 교회마다 영성의 차이가 있습니다. 심장이식을 해도 혈액이 맞아야 하고 피부조직이 맞아야 합니다. 혈액이 다르고 피부조직이 다른 것을 합해놓으면 잘 될 수 없습니다. 교회가 커지면 더욱 그렇습니다. 저도 ‘세습’이라는 비난을 받아가면서까지 아들이 후임을 맡아야 하는가 많이 고민했습니다. C, L 등 개신교계의 원로목사님들이 세상의 비난에 얽매이지 말고 교회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뭔지를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라고 조언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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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해 후임 담임목사를 선정하는 것은 교회내부의 문제로 외부에서 왈가불가할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언론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세상의 빛과 소금인 교회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성숙했고 한국교회도 성숙했습니다. 40∼50년전의 판잣집 교회가 아닙니다. 광림교회 신도 중에도 박사 의사 교수 등이 수백명이 있습니다. 이들이 직접 뽑은 장로들이 오랜 고민끝에 결정한 것이므로 외부에서도 이 결정을 존중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결정한 후임목사에게 기윤실이 ‘사임할 생각은 없느냐, 사임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내용이 든 질의서를 보내왔습니다. 이것은 교권과 인권에 대한 침해입니다.”

―한국교회가 전반적으로 큰 성장을 하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해외선교로 눈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목사님처럼 큰 부흥을 이룩한 분들이 아드님을 해외선교사로 내보내신다면 한국교회사의 귀감으로 남지 않겠습니까.

“아들이 강화도에서 5년간 교회를 개척할 때 방 윗목에서 쥐들이 새끼를 낳을 정도로 가난했지만 5만원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아들을 편안하게 하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아들은 미국 애즈배리신학대에서 공부해 영어도 잘하고 스스로 해외에서 선교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교는 본기지 교회가 약화되면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선교지향적인 에너지를 창출하는 본교회가 튼튼해야 합니다. 제가 70세가 다되도록 안식년 한번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저도 번 아웃(burn out), 타이어드 아웃(tierd out)돼 있습니다. 아들과 함께 지(支)교회로 가버리겠다고 하니까 원로목사님들이 나보고 개인주의라면서 교회가 성장을 멈출 것을 우려했습니다.” 한편 광림교회측은 6일 일부 목회자와 신도들이 기윤실의 토론을 저지시킨데 대해 “다들 흥분한 상태였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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