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치영/최고 금메달은 '공동입장'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39분


“이번 올림픽의 최고 금메달감은 남북한 공동 입장일 겁니다.”

남과 북이 15일 올림픽 개막식에 함께 입장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드니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처럼 진정한 올림픽의 정신이 빛난 것 같다며 자기 일처럼 좋아하고 있다.

이 곳 사람들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남쪽이냐 북쪽이냐’를 먼저 물어볼 정도로 한반도하면 군사적 대치가 끝나지 않은 분단국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런 남북한이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똑같은 깃발을 앞세워 나란히 입장한다니 스포츠를 통해 우정과 화합을 이뤄낸 것이 아니냐는 것.

12일 시드니 북부 올림픽 성화 봉송로에서 만난 짐 바이스(52)는 “올림픽이 점점 돈을 벌기 위한 행사가 되는 것 같아 찜찜했는데 남한과 북한이 시드니올림픽을 빛내준 것 같다”며 한국 국민에게 축하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시드니올림픽조직위원회가 최근 경기장 입장권을 부자들에게 프리미엄을 얹어 팔려다 들통나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사실을 언급하며 “남북한에는 가장 큰 금메달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3일 시드니에서 만난 데일 애트랜스 교수는 “올림픽은 부패 스캔들, 선수들의 약물 논란, 철저한 상업주의 등이 빚어내는 거대한 부패사업”이라며 “남북한 공동입장 소식이야말로 올림픽 휴머니즘의 사례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시드니 도심 근처 달링하버에 자리잡은 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외국의 기자들도 “한국에서 온 기자냐”고 접근한 뒤 남북한 공동입장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는 등 큰 관심을 표시했다.

프랑스에서 온 한 여기자는 “한국이 연속으로 종합순위 10위권에 진입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북한과의 공동입장은 그보다 더 값진 소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니는 지금 남북한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신치영<국제부기자>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