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손에 손잡고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57분


올림픽은 크게 두 가지로 그려진다. 하나는 영웅적 활동이다. 우리만 보아도 36년 베를린에서의 손기정, 76년 몬트리올에서 금메달의 한을 풀어준 양정모, 92년 바르셀로나에서 ‘몬주익 언덕의 영웅’으로 태어난 황영조 등의 기록이 있다. 또 하나는 올림픽이 정치적 상황과 연계돼온 역사이다. 최근만 해도 80년 모스크바와 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는 반쪽으로 치러졌다. 88년 서울올림픽은 성공의 모델로 평가받지만 그래도 북한의 불참은 티로 남아있다.

▷올림픽은 60억 지구촌 가족의 축제이다. 스포츠 인간드라마가 숱하게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이 199개국이니 대회가 조용하게 넘어가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일 개막하는 시드니올림픽은 일단 축하받을 만하다. IOC 회원국이 모두 참가했을 뿐만 아니라 개회식에서의 남북한 동시입장이란 큰 경사를 맞기 때문이다. 56년 멜버른에서 독일이 단일팀으로 입장했지만 분단국이 함께 입장하기는 처음이다.

▷남북한의 동시입장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물론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위원장의 5월 제안이 쉽사리 성사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남북한 정상에게 개회식 초청장도 보내는 등 동시입장의 성사에 힘을 기울인 사마란치 위원장의 주도아래 양측이 3개월에 걸친 협의를 거쳐 한반도기, 단일 유니폼, 입장식 참가 선수단 동수 등의 수정안이 마련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 역사적 일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미 실마리가 풀렸다 할 수 있다.

▷남북한 스포츠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할 일이 참 많다. 올림픽 동시입장은 세계에 ‘한반도 화해협력 및 통일의 의지를 과시’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이다. 이제 단일팀과 스포츠 교류를 수시로 성사시키는 등의 구체화 작업이 필요하다. 10월 아시안컵 축구 단일팀, 2001년 세계탁구단일팀, 2002 월드컵분산개최, 경평축구개최 등은 순조롭게 매듭지어야 할 과제들이다. ‘빨리, 높이, 힘차게’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손에 손잡고 벽을 넘는’ 튼실한 열매가 익어가기를 기대한다.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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