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우주로부터의 귀환. 터지는 환호성과 현란한 조명. 모든 것은 완벽했다.
MBC의 서태지 컴백 스페셜. 그것은 '공연'이라기보다는 '쇼'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서태지의 잘못이 아니다. 잘못은 TV라는 매체에 있었다.
4년 7개월의 고독 끝에 돌아온 서태지는 '공연'이라는 제의적 형식을 통해 자신과 자신의 새로운 음악에 진정성을 부여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것은 하드코어라는 언더성에 비추어 볼 때 올바른 전략이었다.
그러나 일단 그의 공연이 이리저리 카메라 워킹에 의해 편집되고 강조되면서, 그리고 때로는 그의 뮤직비디오가 삽입되면서 서태지의 공연은 제의적 기능을 상실하고 시청자를 위한 엔터테인먼트로 전락하고 만다.
카메라의 근접촬영과 무빙쇼트, 그리고 열광하는 팬들의 빠른 리액션 쇼트의 교차편집. 이 모든 것은 TV가 창출하지 않으면 안될, 상품미학에 대한 강박일 뿐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정답이냐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KORN의 우드스탁 실황공연을 MTV가 풀쇼트 위주로 전개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철저하게 상품성을 추구하는 MTV마저도 KORN과 같은 로커의 실황을 바스트 쇼트 이상으로 잡지 않는다. 그것은 카메라가 공연 관람자의 시선으로,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 연출이라는 뜻이다. 나름대로 미학적 형식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드코어 록을 세련된 형식의 뮤직비디오로 담을 수 있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실황이라는 하드록의 공연마저 그러한 양념투성이의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담아내는 MBC의 '과감한'(?) 편집방향이 그저 놀랍다.
하드코어 록에 다이빙이나 헤드뱅잉 대신 줄맞춰 형광봉을 흔들었던 우리 착한 태지팬들 못지않게 우리 TV도 아직은 록의 진정성을 깨닫고 있지 못한가 보다. 그것은 서태지의 음악이 새롭다기보다는 낯설다는 뜻이리라.
서태지의 음악은 비쥬얼이 아닌, 현장참여를 통한 제의적 체험으로써만 그 진정성이 획득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서태지님 한국 록의 발전을 위해 TV를 버리시죠"
한정석(PD·영화평론가) kalito@crez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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