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사하라 도쿄都지사"방재훈련에 軍동원 당연"

  • 입력 2000년 9월 14일 18시 34분


일본인 가운데에는 일본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東京都) 지사를 꼽는 사람이 많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를 싫어하는 이도 적지 않다. 8일 도쿄도청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방재훈련에 자위대를 대거 동원한 이유는….

“지진안전지대라던 고베(神戶)에서도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 자위대는 출동명령이 없다며 움직이지 않았다. 그 때문에 2000여명이 억울하게 죽었다. 군대는 외적의 침략에만 대비하는 것이 아니다. 재해도 적 가운데 하나다. 어느 나라에서나 군대가 가장 기동력이 있다. 세금으로 갖추게 된 능력은 국민을 위해 써야 한다. 그런 까닭에 이번에 자위대를 동원했다. 자위대도 대도시 훈련이 도움이 됐다며 기뻐했다.”

―한국에는 자위대 동원을 위험하게 보는 사람이 많다.

“난센스다. 한국에도 군대가 있지 않으냐. 만약 서울에서 재해가 일어나면 한국은 군대를 사용하지 않겠나.”

―도쿄도지사로는 처음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했는데….

“거기에는 장인과 태평양전쟁 때 숨진 친척이 있어 몇 번 참배했다. 지사가 된 뒤에도 (개인적으로) 간 적이 있다. 이번에는 유족의 초빙을 받고 간 것이다.”

―최근 정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시스템이 낡았는데 고치려 하지 않는다. 특히 국회의원이 공부를 안하고 공무원이 하라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 정치인이 관료를 이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용당하고 있다.”

그는 또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를 전혀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은 기술력도 있고 금융자본도 있다. 그런데 사용방법이 틀렸다. 국가가 예산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왜 수소폭탄을 만들고 있는 중국에 3조엔을 원조하나. 그런데 쓰라고 세금 낸 게 아니다.”

―도지사 업무를 수행해오며 가장 절실하게 느낀 점이라면….

“너무 늦다. 이번 방재훈련도 담당 부서에 맡기니 내년 3월에나 할 수 있다고 했다. 9월에 하라고 지시하니 결국 됐다. 의료개혁도 3년에 걸쳐 한다고 해 ‘안 된다. 2년 내에 하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2년 내에 하겠다고 했다.”

―공무원이 말을 잘 안 듣는다는 뜻인가.

“그렇다. 이상한 습관 때문이다. 나는 요트협회 회장직을 지냈다. 내 배는 챔피언 보트다. 매년 많이 이겼다. 나는 맹렬한 캡틴이라서 배에 타면 때리거나 발로 차기도 한다. 대신 육지에 오르면 함께 웃으면서 술도 마시지만. 이제 슬슬 (말을 안 듣는 공무원을) 손볼 생각이다.”

그는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에 대해 “과단성이 있어 하는 일이 빨라 존경한다”면서 “그 이후 대통령과 비교하면 역시 박대통령이 프로였다”고 말했다.

―임기중 꼭 하고 싶은 일이라면….

“대학 개혁과 의료 개혁이다. 대학이 달라지면 초중고교도 바뀔 것이라는 믿음으로 과감하게 대학을 개혁하려 한다. 도립대 학장(총장)들에게 개혁 시안을 만들어 보라고 했다. 학생이 공부하는 보람을 느끼며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고 공부 안 하면 추방하는 대학을 원한다. 일본에는 ‘대학에 잘 들어갔다’는 말은 있으나 ‘대학을 잘 졸업했다’는 말이 없다. 의료체계도 잘못됐다. 먼저 도립병원부터 바꾸려 생각하고 있다. 비싸기만 하고 서비스는 늦어 유사시에는 시간에 대지도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파, 매파로 불리고 있는데….

“나는 보수파가 아니고 진보파다. 매파인 것은 맞다. 하여튼 그런 분류가 싫다. 나는 예술가다. 보수적이어서는 예술가가 될 수 없다.”

그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총리감 1위에 오른 데 대한 소감을 묻자 웃으면서 “일본 정치 전체에 메시지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나왔을 뿐”이라며 총리직에 대한 욕심이 없음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일본의 정치는 북한에서 대포동이라도 날아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일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어느 쪽이 주도권을 갖고 통일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통일되면 좋겠다. 반대로 되면 제2의 베트남이 될 것이다. 냉전구조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정상이 만났다고 바로 통일로 진전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다만 분열국가란 굉장히 비참하다고 생각한다. 남북한 이산가족의 상봉 장면을 보면서 일본이 그렇게 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을 보며 옛날 일본이 한국을 통치했던 것이 한국인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가를 알게 됐다.”

그는 이 말 끝에 “한국이 일본의 통치를 받지 않았다면 러시아나 중국의 지배를 받았을 것”이라며 ‘독설’을 잊지 않았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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