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시는 중요한 투자 판단 자료다. 장중에 전해지는 신기술 개발이나 유무상 증자 및 부도 발생 등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공시가 누군가의 ‘실수’에 의해 잘못 전해진다면….
99년 8월11일 오전 10시7분39초. 증권업협회는 “A사의 최종부도 및 당좌거래 정지”를 공시했다. 그 날 5550원에 거래가 시작돼 5350∼5800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A사 주가는 이 공시가 나간 직후 하한가(4800원)로 급락하며 73만9000주나 거래됐다. 문제는 A사의 부도는 이미 98년 9월30일에 공시됐던 것. 협회 직원이 실수로 A사 부도를 다시 공시한 것이다. 그 날 오전 10시34분부터 A사 부도 공시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A사 주가는 오름세로 돌아서 5550원까지 상승했다가 504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투자자 K씨는 “잘못된 공시를 믿고 A사 주식을 하한가에 매도해 손해를 보았으므로 증권업협회가 배상해야 한다”며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협회는 이에 대해 “당시 사고는 직원이 실수로 전산 조작을 잘못해 일어난 것으로 39개 증권사 중 6개 증권사만이 잘못된 공시 내용을 그대로 전했으며, 공시 내용도 부도일이 98년 9월29일로 돼 있어 꼼꼼히 읽어봤다면 손해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협회가 해당 사실을 정확히 공시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투자자들도 공시 내용을 제대로 살폈으면 잘못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을 감안해 20%의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배상금액은 A사 주식을 다시 샀을 때는매 도가격과 재매수가격의 차, A사 주식을 판 뒤 다시 사지 않은 투자자에게는 매도가격과 당시 종가의 차로 결정됐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