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야구]선동렬 "일본 마쓰자카 공략이 숙제"

  • 입력 2000년 9월 14일 19시 04분


한국팀을 보는 일본야구계의 눈은 놀랍도록 정확하다. 일본은 시드니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다툴 팀은 그들 자신도, 한국도 아닌 미국과 홈팀 호주를 꼽고 있다.

남은 한 자리인 동메달을 놓고 일본 한국 쿠바가 다툴 것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일본은 쿠바보다는 한국을 더 강력한 라이벌로 보고 있다. ‘붉은 악마’로 불리며 아마야구 부동의 세계 정상으로 군림했던 쿠바는 이번 올림픽에선 알루미늄 방망이가 나무로 바뀌었고 공인구도 반발력이 떨어지는 미즈노라는 점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 따라서 일본은 한국을 집중 견제하기 위한 묘안을 짜내기에 여념이 없다.

프로야구의 입김이 센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프로선수가 8명만 참가한다. 그러나 함부로 얕보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투수가 3명인데 선발은 ‘괴물’ 마쓰자카와 2년연속 다승왕을 차지했던 구로키다. 나머지 1명은 마무리투수다. 야수도 포수를 포함한 내야수가 4명, 외야수가 1명이다.

이는 일본이 비록 프로선수는 적지만 단기전에서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팀을 짰다는 증거다. 이미 공언한 대로 마쓰자카는 예선에서 미국과 한국전에 나올 예정이다. 평균 155㎞의 강속구를 뿌리는 마쓰자카는 사실 한국이 2점 이상 뽑기조차 어려운 투수다. 일본에는 또 확실한 톱타자 다구치가 있다. 올해도 3할에 가까운 타격솜씨를 뽐내고 있는 그는 공수주에서 해태 시절의 이종범을 능가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확실한 에이스가 없는 게 최대 약점이다. 우리 드림팀은 페넌트레이스를 치르기엔 적격이지만 단기전 승부는 ‘글쎄’다. 일본에 비해 공격력이 낫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쓰자카는 한국 타자를 상대할 때 변화구 비율을 높일 게 분명하다. 일본은 한국 타자들이 직구에는 강하지만 변화구에는 약한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마쓰자카의 주무기인 슬라이더 포크 커브볼 중 카운트를 잡기 위해 들어오는 공을 집중 공략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초구부터 좋은 공이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할 것이다. 또 그의 공은 밀어쳐야지 당겨쳐서는 절대로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는다.

한국프로야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최근 몇 년간 침체된 프로야구를 다시 살리려면 메달권 진입은 절대 과제다. 그러기 위해선 드림팀 멤버 전원이 이제 야구를 갓 시작했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정신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패전처리로 나간 투수조차 이를 악물고 던질 때 달콤한 보상의 열매가 열린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드림팀 인스트럭터 겸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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