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경쟁이란 인류 공동 번영을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 그런데 부지불식간에 모든 경제 주체와 나아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하나의 큰 목적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세계화로 상징되는 과도한 경쟁은 오히려 세계 경제에 각종 부작용을 낳았다. 대표적인 예로 저자들은 자본 배분의 왜곡 현상을 들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미국, 서유럽, 일본 등으로 구성된 선진 삼각 세력이 세계 전체 자금 흐름의 80%를 독식하였다. 반면에 개발도상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3% 미만으로 현격히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발도상국들은 북미, 서유럽, 또는 일본으로부터 해외직접투자를 가능한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였고, 선진국들도 개발도상국의 이전투구식 경쟁을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그 결과 세계 경제 질서는 선진국 중에서도 삼각 세력간의 교역량 증대와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아프리카, 남미 등 후발 개도국의 철저한 고립과 단절로 재편되었다.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 내에서도 경제력 격차가 더 심화된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를 맞이한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인류의 공멸을 방지하기 위해 지구촌을 공동으로 경영할 수 있는 새로운 의사소통 네트워크, 즉 지구촌 공동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계약은 전 인류가 직면한 주요한 생태학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재앙들을 방지하기 위해 지구촌 차원에서 새로운 공동의 규범을 만드는 것이다. 55년전 창설된 국제연합은 당시 열강들이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체결했던 지구촌 계약의 좋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지구촌 공동 경영을 위한 네가지 구체적인 계약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주된 내용은 식수, 주택, 에너지 부족 등 기본적인 욕구 해결을 위한 계약, 보스니아 내전, 코소보 전쟁, 동티모르 사태 등 종교나 인종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화적 갈등 해결을 위한 계약,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계약,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계약 등이다.
저자도 밝혔듯이 각국의 이해 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네가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인류에게 길고도 어려운 여정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공동 계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어떻게 조속히 확산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아마도 이 문제는 21세기에 저자들이 인류에게 던진 가장 중요한 화두(話頭)인 것 같다.
이동현(가톨릭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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