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의원들의 행동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였다. 대부분의 국민은 오랜만에 시원한 소리를 들었다는 반응이었지만 여권 수뇌부는 떫은 표정을 지었다. 충정은 이해하지만,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국민과 여권 수뇌부 사이의 이런 괴리는 왜 발생하는가? 수뇌부의 말처럼 정말 방법에 문제가 있었는가?
모임에서 나온 의원들의 발언내용을 보면 여권 수뇌부는 이들이 모임을 갖게 된 원인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이 모임을 갖게 된 배경은 두 가지였다. 우선 경직된 당내 의사결정구조를 개선하라는 것이었다. 모임에서 한 의원은 ‘의원총회도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된다’면서, ‘의원들의 중지(衆智)를 모으는 실질적인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만약 당내 의사결정구조가 개방적이고 투명했더라면, 자신들이 굳이 따로 의견을 모을 필요가 없었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현실이 이런데도 당지도부는 여전히 조직의 논리 운운하며 방법과 절차의 문제점만 지적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지도부는 13인의 집단행동을 ‘자해행위’라고 탓하기 전에 먼저 그들에게 실질적인 토론의 장을 제공한 적이 있었는지를 자문(自問)해 봐야 할 것이다.
소장의원 모임의 두번째 이유는 민주당이 무력감에서 벗어나 제 역할을 하라는 것이었다. 정치는 장기간 뇌사(腦死)상태에 빠져 있는데, 집권당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세간의 여론을 이들이 대변한 것이다. 모임에서는 ‘지금 한국정치에는 남북문제에만 골몰하는 청와대와 거리로 나간 한나라당만 있고, 민주당은 없다’는 자조적인 발언까지 나왔다. 없는 민주당을 다시 있게 만드는 것, 민주당을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세우는 것, 이것이 지금 민주당 지도부가 해야할 일이고, 소장의원들은 모임에서 바로 그 점을 지적했던 것이다.
모임이 ‘반란’으로 해석되고 파문이 커지자 소장파 의원 일부가 다음날 당 대표를 찾아가 사과하고 ‘백기(白旗)’를 들었다고 한다. 백기를 든 것인지 예의를 갖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요일의 반란’에서 주장된 내용이 의미를 잃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주장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특검제 요구나 지도부 사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내 의사소통 구조의 개선과 민주당의 정치력 회복이 그들 주장의 핵심이며, 이 점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현시점에서 여권 수뇌부에 필요한 것은 비판을 수용하는 겸허, 진실을 고백하는 용기, 그리고 네탓이 아니라 내탓임을 아는 책임감이다. 그럴 때 금요일의 ‘반란’은 모든 요일의 ‘상식’이 될 것이다
김일영(성균관대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