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후기 최고의 실학자였던 다산이 환생(還生)해 태풍 ‘사오마이’가 할퀴고 간 낙동강 일대를 돌아본다면 어떤 말을 남길까. 지방관들이 ‘200년전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예나 지금이나 백성만 불쌍하다고 한탄할지도 모를 일이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경남도, 창녕군 등이 수년째 서로 책임을 미루는 바람에 창녕군 남지읍 일대 낙동강 제방공사가 늦어져 물난리가 났고, 이 때문에 농민들이 수십억원의 피해를 봤다니 관재(官災)도 이만저만한 관재가 아니다.
▷최근의 기상재해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구촌 곳곳이 홍수 산불 등 각종 기상이변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달 초 인도 방글라데시 등에는 엄청난 폭우가 내려 수백명이 숨지고 수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미국 서부와 러시아 동부지역에는 대형 산불이 번져 산림이 황폐화하기도 했다.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천재(天災)라고는 하지만 이 역시 연료 사용의 증가 등 인류가 스스로 초래한 비극이라는 분석들이다.
▷인재(人災)가 됐건, 천재가 됐건 재앙을 극복하려는 인류의 안간힘도 끝이 없다. 중국은 ‘물의 만리장성’ 계획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 해마다 홍수가 나는 남부의 물을 가뭄이 심한 북쪽으로 보내기 위해 내년에 남부의 양쯔(揚子)강과 북쪽의 황허(黃河)를 연결하는 남북대수로 공사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1952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처음 제안한 이 계획을 기어코 현실로 만들려는 중국인들의 뚝심이 놀랍기만 하다. 일이 터지면 서둘러 대책을 내놓았다가 사태가 잠잠해지면 금세 잊어버리고, 또 다른 곳에 미루는 탁상행정을 우리는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송대근논설위원>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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