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여자 배구 예선전을 치른 성균관대 74학번 동기생인 한국 대표팀의 김철용 감독과 독일 대표팀의 이희완 감독(사진). 김감독의 별명은 ‘빠꼼이’, 까무잡잡한 얼굴의 이감독은 ‘베트공’으로 통했다. 경기장에는 역시 성균관대 동기 동창인 남자 대표팀의 신치용 감독이 나와 이들의 ‘대결’을 지켜봤다. 결과는 한국의 3―0 승리.
경기를 마친 뒤 이감독은 “수고했다”며 김철용 감독의 어깨를 두드렸고, 김감독은 “김치찌개나 먹으러 가자”고 농담을 던졌다.
이감독은 “한국 배구는 빠르고 호흡이 잘 맞아 상대하기 어렵다”며 친구인 김감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70년대 국가대표를 지낸 이희완 감독은 81년 선수로 독일에 진출했다가 현지에서 지도자가 됐다. 이감독은 지난해 3월부터 독일 여자배구 대표팀을 맡아왔다.
“김감독은 성격이 꼼꼼하고, 선수들을 다잡아 이끌어가는 스타일입니다. 반면 저는 자율적인 훈련을 중요시하는 편입니다. 지도 방법에 차이가 있는 셈이죠.”
이감독은 “힘으로 승부하는 유럽 팀들만 상대하던 독일 대표팀이 속공 위주의 한국 배구를 만나 오늘 좋은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친구와 스포츠는 별개 문제’라고 강조했다”면서 “선수들이 나를 위해 꼭 승리하겠다고 생각했는지 평소와 달리 플레이에 힘이 너무 들어간 것이 오히려 패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시드니〓주성원기자>swon@donga.com
동티모르 복서 라모스 "동포들에게 미안하다"
‘독립투사’는 링을 떠나지 못하고 눈물을 머금었다. 어떻게 얻은 기회였는데….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당한 게 분했다.
동티모르 투사 출신 복서 빅토르 라모스(30). 인도네시아 민병대의 학살에 쫓겨 밀림속을 피해 다니며 숱한 위험을 뚫고 살아남은 ‘불사신’이었지만 ‘사각의 링’에선 채 2회전도 못버티고 주저앉았다. 17일 열린 복싱 라이트급 1회전에서 가나의 레이몬드 나르에게 2회 1분37초만에 TKO패 당한 것. 고통받는 민족에게 전해 주고 싶었던 승리의 기쁨이 한순간에 날아간 허탈감은 컸다.
하지만 라모스의 인생 역정은 지구촌의 관심을 불러모으기에 충분했다. 인도네시아 챔피언까지 지낸 유망한 복서에서 민병대의 ‘학살 리스트’에까지 오른 독립투사. 동티모르의 독립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시작된 민병대의 대학살을 피해 정글속을 헤매며 챔피언의 꿈을 키운 불굴의 복서.
그것으로 족했다. 그가 보여준 ‘링 위의 투쟁’은 짧게 끝났지만 세계인들은 동티모르인들의 끝없는 투쟁에 지지를 보냈다. 특히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경기를 지켜본 뒤 편지를 보내 “당신을 통해서 동티모르인들의 자유를 향한 몸부림을 볼 수 있었다. 세계도 동티모르를 지지할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라모스는 “이번엔 오륜기를 달고 나왔지만 다음 올림픽에선 우리 국기를 당당히 달고 메달에 도전하겠다”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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