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창]야구하랬더니 카지노에 가?

  • 입력 2000년 9월 19일 19시 14분


4년전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7전패의 수모와 함께 홈팀 미국과의 경기에선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고 선수단을 철수시키는 등 거친 매너로 현지 언론으로부터 ‘배드 보이(bad boys)’란 악평을 받았던 한국 야구대표팀.

이들이 이번 시드니올림픽에선 난데 없는 ‘도박 파문’을 일으켜 일파만파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18일 밤 시드니 시내 달링하버에 위치한 호주 최대의 카지노 ‘스타 시티’. 불과 몇시간전 홈팀 호주와의 경기에서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했던 우리 선수들은 바로 그곳에서 ‘회포’를 풀고 있었다.

선수들이 시내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홈부시베이의 선수촌을 나온 것은 이날 경기후 선수단 회식이 있었기 때문.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대부분이 프로선수인 이들은 한국에서 하던 관행대로 일부가 선수단을 이탈했고 한잔 거나하게 걸친 뒤 카지노로 발길을 돌렸다.

오전 1시. 정수근은 “이거 (기사로) 쓰면 안돼요”란 말을 남긴 채 총총히 밖으로 빠져나갔고 박재홍은 “그러게 빨리 가자니까”라며 뒤따라 나갔다.

부상으로 대타로나 출전하는 한국 프로야구의 간판스타인 이승엽과 호주전에서 1이닝동안 4안타 1실점했던 임창용의 모습도 보였다.

구대성은 아예 새벽까지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호주전에서 구원투수치곤 꽤 긴 4와 3분의1이닝동안 무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던 그는 “19일 쿠바전에는 등판하지 않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도박이라곤 전혀 모르는 김기태도 대표팀 주장으로서 걱정이 됐던지 구대성이 자리에서 일어나길 기다리며 함께 밤을 지샜다.

프로선수의 몸 관리는 자신이 알아서 하는 법이지만 이날 야구 대표팀이 보인 ‘추태’는 팬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드림팀’이 할 행동은 아닌 게 분명했다.

<시드니〓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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