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cience]로봇이 인류를 지배할수 있을까

  • 입력 2000년 9월 19일 19시 14분


로봇은 스스로 번식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로봇공학 학자들은 언젠가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서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믿지 않는다.

지난달 ‘휴머노이드 2000’ 회의의 조직위원회는 회의에 참가한 로봇공학자들을 상대로 그들의 연구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이들은 로봇이 진화의 다음 단계로서 궁극적으로 인간을 대신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9월초에 열린 ‘휴머노이드 2000’ 회의에서는 인간형 로봇제작이 주제로 다뤄졌다.

‘휴머노이드 2000’ 조직위원회의 조사는 브랜다이스 대학이 다른 로봇들을 설계하고 만들어내는 로봇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발표하기 전에 실시된 것이다. 그러나 이 발표에 뒤이어 열린 ‘휴머노이드 2000’ 회의에서도 대부분의 학자들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처럼 로봇이 인류를 위협하는 상황은 여전히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독일 빌레펠트 대학의 알로이스 크놀 박사는 오늘날의 로봇들이 인간과 비슷해지는 데 필요한 민첩한 동작, 충분한 동력, 두뇌, 감정, 자율성 등을 갖고 있지 않다며 설사 지능을 가진 로봇들이 서로 공모해서 세상을 지배하는 일이 정말로 벌어진다 하더라도 그 로봇들은 아주 빨리 행동을 끝마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배터리가 30분도 채 버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능을 갖추고 스스로 번식하며 진화를 하는 로봇을 만드는 데 있어 동력 문제보다도 더 어려운 것은 바로 로봇의 번식문제이다. 인간으로부터 거의 도움을 받지 않고 다른 로봇을 만들어낼 수 있는 브랜다이스 대학의 시스템은 스스로 번식하면서 진화하는 로봇들이 은하계를 탐험하거나 인간을 멸종시켜버릴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다시 불을 붙였지만, 브랜다이스 대학의 학자들조차도 이런 상상이 너무 지나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브랜다이스 시스템이 만들어낸 로봇들은 거의 장난감과 다를 바 없는 매우 단순한 구조를 가진 것들이었다.

대부분의 로봇공학자들은 로봇에 번식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지능을 부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뿐만 아니라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인공지능연구소의 로드니 브룩스 소장은 이미 만들어진 부품들을 이용해서 자신과 똑같은 존재를 조립해낼 수 있는 로봇은 언젠가 개발되겠지만, 로봇이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과 똑같은 로봇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이 혼자만의 힘으로 번식을 하기 위해서는 부품들을 조립하기에 앞서 원료를 찾아서 그 원료들을 모터, 센서, 컴퓨터 칩 등 여러 가지 부품으로 만드는 법까지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학자들이 이처럼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카네기 멜론 대학 로봇공학연구소의 한스 모라벡 박사는 컴퓨터칩의 성능이 18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나고 있으므로 “2040년이 되면 로봇이 인간처럼 똑똑해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로봇들이 자신보다 더 나은 로봇들을 만들어내는 자동화 공장을 설계하고 건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2000/09/12/science/12ROB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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