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하락한다. 투자자의 불안심리가 증폭되면 적정수준 이하로 떨어져 폭락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냄비식 조급함을 탓할 수는 있지만 투자 불안심리를 근본적으로 문제삼을 수는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주가폭락의 원인을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이하 MU)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업체 주가 하락 △유가급등 △포드의 대우차 포기 및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보고 있으며 필자 또한 동감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이 구조조정 지연에 대해 너무 강한 질책을 하며 주가폭락의 주원인인 것처럼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문제다.
구조조정은 향후 우리나라 경제의 커다란 화두로 다뤄야지 단기적인 현상으로도 볼 수 있는 주가폭락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면 안된다. 만약 주가가 회복세로 돌아선다면 그때 가서는 ‘구조조정 속도가 빠르고 잘 처리돼서 그렇다’고 할 것인가?
시장을 궁극적으로 안정시키려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데야 이견이 있을 수야 없겠지만 지금의 불안정을 구조조정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이상하다는 말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단기적인 결과를 장기적인 원인으로 분석하는 우를 계속 범한다면 지나친 비관론이 사회를 지배해 결국 허탈과 ‘우리는 안된다’는 패배의식만 키울 것이다.
필자는 구조조정이 오히려 너무 빨리 진행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시행착오와 부작용 때문에 결국에는 구조조정 자체가 늦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구조조정을 빠른 시일 안에 이루기에는 아무리 봐도 환경이 좋지 않다. 자금문제, 노조와의 갈등, 산업구조의 취약 등을 고려할 때 단칼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장기적 사안을 빨리 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한국인의 조급증 현상이 아닌가 싶다.
다시 주가로 돌아가 보자. 폭락의 직접적 원인을 따져보면 우리에게는 큰 잘못이 없다. MU 주가가 빠지고 유가가 급등한 것은 분명 우리 때문이 아니고 포드사도 대우차를 산다고 했다가 포기했으니 우리인들 어떻게 하랴?
초 단위로 요동하는 주가라는 경제현상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라는 분석도구 보다는 이 3가지 원인의 변화과정을 살피는 것이 더 타당하다. 대우차 처리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MU 주가와 국제유가 변화를 보다 집중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이 2가지 요소가 계속 부정적인 흐름을 탄다면 주가는 지금보다 더 폭락할 것이다.
하지만 유가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압력, 중기적으로는 고유가에 대항하는 수요감축 노력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반전되고 MU 주가는 컴퓨터 연말특수가 발생하면 주가는 폭등세로 돌아설 것이다.
조만간 커다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돼 성급하게 비관적 또는 낙관적 전망을 갖기보다는 당분간은 위 2가지 변수를 보고 매매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박남준(하나증권 삼성동지점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