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공동경비구역 JSA' 남양주 서울종합촬영소 맛기행

  • 입력 2000년 9월 22일 18시 45분


개봉 2주만에 서울관객 100만명을 모은 기록적인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국군과 인민군이 군사분계선 사이로 눈싸움을 벌이는 장면. 주인공인 송강호 이병헌 김태우 신하균이 각각 다른 자세로 서로를 의식하며 서있는, 빛 바랜 한 장의 사진으로 담긴 마지막 ‘감동’의 장면, 그 장면은 판문점이 아니라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 서울종합촬영소에서 촬영됐다. 이곳엔 영화의 축이랄 수 있는 판문점 세트가 실제와 똑같은 모양으로 우뚝 서있다.

“이병헌의 사연이 남 얘기 같지 않더라.”

전방부대에서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재호씨(25·고려대 심리학4)가 20일 고교 후배들과 촬영소를 찾았다.“영화를 두 번이나 봤지만 이 곳에 오니 영화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라고 황주윤씨(20·경희대 지리2)도 말했다. 심우섭씨(23·고려대 지리교육4)는 “나야 맛있는 식당도 많다니까 졸업 전 마지막 소풍 삼아 따라온 것”이라고 능청스럽게 말을 받았다.

8억원을 들여 정교하게 제작된 까닭에 소풍 나온 초등학생 몇몇은 판문점과 그 맞은편 자유의 집 세트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저쪽이 북한이죠”하고 질문하기도 했다.마침 인민군 분장을 한 ‘리트머스’의류 CF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영화에서 외국관광객의 모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장면이 생각나 모자를 던져봤으나 그냥 풀썩 떨어지고만다. 해는 중천에 떴건만 영화에서처럼 남한병사와 인민군의 그림자가 겹치는 장면 역시 아무리 이리저리 해봐도 겹쳐지지 않았다. 알고 보니 모자는 보이지 않는 끈을 달아 던졌고 그림자도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했다는 얘기.

영화촬영팀의 단골식당이었다는 근처의 ‘봉래 비빔밥집’을 찾았다. “영화인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촬영하기 때문에 지역별로 맛있는 식당은 꿰고 있어요.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들이 의견일치를 본 곳이니 괜찮을 겁니다.” 가이드를 맡은 촬영팀 이종호씨(28)가 이렇게 권했다.2, 3인이 먹을 수 있는 2만5000원짜리 닭도리탕에는 전북 부안에서 기른 토종닭 특유의 쫄깃쫄깃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사장 김영숙씨(49)가 추천하는 대로 감자전(5000원) 파전(7000원) 하나에 흑주(3000원)한잔씩 기울이며 보리밥 쌈밥(5000원)을 주메뉴로 먹으니 속이 든든하다.

이들 세 대학생은 ‘간지럽고 질리는 맛’보다는 ‘투박하지만 오랜 여운이 남는 뒷맛’이 그만이라고 이곳 음식을 평했다. 하긴 영화 속 이영애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외국인 장교들과 관광객 엑스트라들도 이 집에서 고추장 없는 비빔밥을 남김없이 먹었을 정도였다고.

촬영소에 다시 들어와 영상체험관에 들렀다. 다양하고 세밀한 세트를 배경으로 관람객을 직접 촬영한 다음 스크린을 통해 ‘영화화’하는 곳. 3명이 ‘매트릭스’같은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셈인데 카메라가 자신의 동선을 따라다니는데 기분이 묘했다는 반응들. 3차원 입체 영상관에 들어가면 바람 향기 진동 등을 느끼는 ‘3D오감극장’도 있다. 웬만한 놀이동산에 뒤지지 않는다.

이밖에도 영화의 탄생에서부터 미래 영상에 이르기까지의 발전과정을 정리해 놓은 영화박물관, 유명영화 혹은 배우의 의상을 직접 볼 수 있는 소품의상미술실 등이 세 사람을 사로잡았던 관심거리. 서울로 돌아오면서 이재호씨는 “몇년전 미국에 갔을 때 가봤던 테마파크인 ‘유니버설스튜디오’ 이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꼭 영화에 관심이 없더라도 놀거리 볼거리가 많네요. 그냥 드라이브만 다녀와도 가을의 여운이 남는 곳이었어요.”

<남양주〓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서울 종합 촬영소 가는길

◇대중교통

①국철(중앙선)〓청량리역(오전 6시·오후 4시15분·오후 6시)∼양수역, 양수역(오전 6시56분·오전7시29분·오후 5시50분)∼청량리역 ②버스〓청량리역에서 양수리행 166번 좌석버스 승차―양수대교 삼거리검문소 하차 후 마을버스 또는 택시이용―서울종합촬영소 10분

◇자가용

①망우리―도농검문소―미금―마석―새터삼거리에서 양수리방향 우회전∼서울종합촬영소 2㎞ ②올림픽대로―(중부고속도로―경안인터체인지/미사리조정경기장―팔당대교)―양수리검문소에서 대성리 방향 좌회전∼서울종합촬영소 6㎞

▽입장료〓성인 3000원, 중고생 2500원, 초등학생 2000원(단체할인).

▽문의〓서울종합촬영소(031―5780―600),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 www.kofic.or.kr

◇오가며 입을 즐겁게

서울종합촬영소에서 차로 조금만 나가면 남양주 근처의 분위기 있는 ‘맛집’들이 가득하다. 주차장이 넓어 편하다.

▽언덕위의 하얀집(서울촬영소에서 청평 방향으로 2㎞)〓한식 양식 음식점에 카페까지 겸한 곳. 주인이 난을 길러 내부에 난향이 은은하다. 강을 내려보는 전망도 좋은 편. 찹쌀수제비 7000원, 정통 이탈리아피자 2만5000원, 햄버그스테이크 2만원, 차 5000∼8000원. 031―592―5356

▽베니스 레스토랑(서울촬영소에서 대성리 방향으로 2㎞)〓식당이 수상스키 모터보트 등 레저시설과 붙어있어 동시에 여러 가지 레저를 즐길 수 있다. 양식. 베니스스페셜 3만원, 티본스테이크 3만원. 스파게티 1만2000원. 031―591―6108

▽예뫼터(마석에서 춘천 가는 방향, 새터삼거리에서 우회전 후 800m)〓북유럽 스타일의 방갈로식 원목건물에다 바닥은 황토로 돼 있는 분위기 있는 집다. 1만2000∼1만5000원선의 스테이크류뿐만 아니라 5000∼2만원선의 수제비 만두국 전골도 푸짐하다. 031―591―4334

▽상류사회(서울촬영소에서 춘천 방향으로 1㎞)〓산 속에서 북한강을 바라보는 절경이 빼어나다. 잣나무 훈제숯불구이도 특이하다. 훈제한우 돼지고기등심, 안심이 2만∼3만원대. 무농약 채소와 과일도 별미다. 031―592―7773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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