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적자금, 책임도 따져야

  • 입력 2000년 9월 22일 18시 58분


오랜기간 논란의 대상이었던 공적자금문제가 40조원을 추가조성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방침이 확정됐다. 금융개혁을 서둘러 자금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리경제의 최급선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공적자금 추가조성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진념(陳稔)재경부장관에게 몇가지를 먼저 묻고자 한다.

우선 최초로 자금을 조성할 때 금융부실이 110조원에 달한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64조원으로 충분하다고 해놓고 이번에 대규모 추가조성에 나섰다. 처음 판단이 잘못됐던 것인지 혹은 집행을 미숙하게 해서 모자라게 된 것인지, 어떤 경우든 막대한 자금을 넣고도 효과를 볼 수 없도록 일을 그르쳤는데 왜 책임문제를 언급하지 않는가.

둘째, 정부는 4·13총선전 공적자금이 바닥났을 때도 추가조성으로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 예금보험공사 차입으로 충분하며 추가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당시 20조원이면 충분할 것으로 추산되던 공적자금 규모가 지금 40조원이나 필요하게 된 것은 선거를 앞둔 정치적 이익 때문에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국민부담을 두배로 키운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셋째, 공적자금이 퍼부어졌지만 정상화에 실패한 은행이나 혹은 그 은행관리 워크아웃 기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어떤 문책을 했는지, 문책을 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이 없다. 실제로 6조5000억원이 들어간 한빛은행은 지금 1000억원이 넘는 부당대출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해야 한다면 최소한 국민이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감시장치가 전제되어야 한다. 정부가 민관합동으로 운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거기에는 실질적 감시기능이 주어져야 하고 국회에서 사용처를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용도별 규모가 정확해야 하고 더 이상 국민앞에 손을 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우차 문제가 다시 불거졌지만 정부가 이를 충분히 감안했을 터이니 이를 빌미로 또다시 추가조성을 요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차피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공적자금이라면 효과라도 극대화되어야 한다. 구조조정 대상 금융기관과 기업 그리고 감독관청과 주무부서의 책임자들은 새로운 각오로 이 자금을 다뤄주기 바란다. 잘못될 경우 청문회에 가겠다는 진념장관의 다짐을 국민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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