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야구]이승엽 한방에 고개숙인 마쓰자카

  • 입력 2000년 9월 23일 19시 08분


마쓰자카
한국의 ‘자존심’이 일본에 ‘깊은 상처’를 안겼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홈런타자 이승엽(24·삼성 라이온스)과 일본의 ‘야구영웅’ 마쓰자카 다이스케(20·세이부 라이온스).

오래 전부터 팬들이 기다려왔던 둘의 대결은 23일 시드니 올림픽파크 야구장에서 운명적으로 이뤄졌다. 더구나 양 팀은 4강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에 처해 있어 둘 다 온 힘을 다해야 하는 처지.

2―0으로 앞선 한국의 1회초 공격 1사 2루. “지난해 54홈런으로 한국에서 신기록을 세웠다”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에 이어 나온 1만3000여 관중의 요란한 박수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이들의 승부는 결판이 났다.

초구 직구를 기다리고 있던 이승엽은 몸쪽으로 파고든 150㎞짜리 직구를 풀스윙으로 걷어 올렸고 쏜살같이 날아간 공은 운동장에서 가장 먼 가운데 담장(122m) 한가운데로 꽂혔다. 2점 홈런.

마쓰자카는 타구가 넘어가자 이를 깨물며 안타까워했고 이승엽은 주먹을 불끈 쥐며 그라운드를 힘차게 돌았다.

이 홈런 한방은 일본야구계에 적지 않은 충격임에 틀림없다.

마쓰자카가 누구인가. 그는 일본고교야구 최고의 고시엔 대회 결승전에서 노히트노런을 따냈고 신인이던 지난해 16승5패, 151탈삼진, 평균자책 2.60으로 신인왕을 따낸 ‘괴물투수’. 156㎞의 강속구 하나로 전 일본열도를 ‘마쓰자카 열풍’으로 뒤덮었던 주인공이다.

98방콕아시아경기대회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연패해 ‘절치부심’한 일본야구계가 한국의 코를 납작하게 누르려고 내세운 ‘에이스 중 에이스’였다. 그런 마쓰자카가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았다는 사실은 씻기 힘든 상처임에 분명했다.

무릎부상과 ‘카지노 사건’으로 우울한 날들을 맞았던 이승엽은 “그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어 다른 선수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더할 수 없는 망신을 당할 뻔했는데 큰 경기에서 한방을 쳐내 다행”이라며 반가워했다.

이승엽이 이날 마쓰자카로부터 뽑아낸 홈런은 11타수 만에 쳐낸 유일한 안타였다.

<시드니〓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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