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홈런타자 이승엽(24·삼성 라이온스)과 일본의 ‘야구영웅’ 마쓰자카 다이스케(20·세이부 라이온스).
오래 전부터 팬들이 기다려왔던 둘의 대결은 23일 시드니 올림픽파크 야구장에서 운명적으로 이뤄졌다. 더구나 양 팀은 4강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에 처해 있어 둘 다 온 힘을 다해야 하는 처지.
2―0으로 앞선 한국의 1회초 공격 1사 2루. “지난해 54홈런으로 한국에서 신기록을 세웠다”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에 이어 나온 1만3000여 관중의 요란한 박수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이들의 승부는 결판이 났다.
초구 직구를 기다리고 있던 이승엽은 몸쪽으로 파고든 150㎞짜리 직구를 풀스윙으로 걷어 올렸고 쏜살같이 날아간 공은 운동장에서 가장 먼 가운데 담장(122m) 한가운데로 꽂혔다. 2점 홈런.
마쓰자카는 타구가 넘어가자 이를 깨물며 안타까워했고 이승엽은 주먹을 불끈 쥐며 그라운드를 힘차게 돌았다.
이 홈런 한방은 일본야구계에 적지 않은 충격임에 틀림없다.
마쓰자카가 누구인가. 그는 일본고교야구 최고의 고시엔 대회 결승전에서 노히트노런을 따냈고 신인이던 지난해 16승5패, 151탈삼진, 평균자책 2.60으로 신인왕을 따낸 ‘괴물투수’. 156㎞의 강속구 하나로 전 일본열도를 ‘마쓰자카 열풍’으로 뒤덮었던 주인공이다.
98방콕아시아경기대회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연패해 ‘절치부심’한 일본야구계가 한국의 코를 납작하게 누르려고 내세운 ‘에이스 중 에이스’였다. 그런 마쓰자카가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았다는 사실은 씻기 힘든 상처임에 분명했다.
무릎부상과 ‘카지노 사건’으로 우울한 날들을 맞았던 이승엽은 “그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어 다른 선수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더할 수 없는 망신을 당할 뻔했는데 큰 경기에서 한방을 쳐내 다행”이라며 반가워했다.
이승엽이 이날 마쓰자카로부터 뽑아낸 홈런은 11타수 만에 쳐낸 유일한 안타였다.
<시드니〓김상수기자>sso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