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교육열은 남다르다. 해마다 전국 대학에서 23만명의 학사학위 소지자가, 4만명의 석사가, 5000명의 박사가 쏟아져 나온다. 전체 인구에서 대학생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우리가 국민소득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과도한 교육비용 등 우리 교육열의 낭비적 요소에 반성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귀(貴)를 최고로 쳤던 옛 사람들의 가치관과 요즘 교육열은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다. 출세와 권력이 중시되는 점이다. 출세와 권력은 엄밀히 말해 돈과는 관련이 없다. 높은 관직에 오른다는 것은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국가에 봉사하는 일이지, 큰 돈을 버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출세와 돈이 같이 다닌다는 생각이 여전히 팽배하다. 오늘날 명문대 진학열기도 순수한 배움에의 열정보다는 ‘잘 살기’ 위한 출세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현대는 돈과 자본의 시대다. 성공의 기준이 얼마나 많은 돈을 갖고 있느냐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성공한 미국 기업가들이 천문학적 돈을 갖고 있음에도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최고’로 인정받으려는 자부심이 가장 큰 동기라고 한다. 미국 최고 갑부 400명 가운데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전체의 4분의1이 넘는다는 보도다. 이런 추세라면 학벌을 따지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 물론 우리 정서로는 성공의 기준을 오로지 돈에 두는 것이 지나치다는 생각도 들지만 ‘묻지마 진학’으로 대변되는 우리 교육열의 불합리한 측면도 냉정히 따져볼 때가 왔다고 본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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