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야구]일본전 '후회없는 한판'

  • 입력 2000년 9월 23일 19시 26분


다른 팀에 다 져도 일본에는 질 수가 없었다.

잇따른 부상과 ‘카지노 파문’으로 팀분위기가 엉망진창이 됐던 한국야구대표 ‘드림팀Ⅲ’는 게임이 끝난뒤 모든 선수들의 유니폼이 흙투성이로 변해 있을 만큼 사력을 다한 경기였다.

방콕아시아경기대회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에 연속 패배한 일본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양팀은 후회없는 한판을 펼쳤고 이 경기는 이번 대회 최고의 명승부였다.

한국은 23일 일본과의 풀리그 6차전에서 연장 10회 대접전 끝에 7―6으로 극적인 승리를 따내 3승3패를 기록, 4강 결선토너먼트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었다.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혈전이었다.

초반 한국이 4점을 리드할 때만 해도 손쉬운 승리가 점쳐졌다. 한국은 1회 1사 1,2루에서 ‘일본킬러’ 4번 김동주가 우중간을 꿰뚫는 2타점짜리 적시타를 뿜어낸뒤 간판 이승엽이 일본의 ‘괴물투수’ 마쓰자카의 150㎞짜리 직구를 가운데 담장으로 넘겨 순식간에 4점을 얻었다.

하지만 그냥 주저앉을 일본이 아니었다. 일본은 1회 톱타자 오기하라의 가운데 홈런으로 1점을 뽑은뒤 1사 3루에서 4번 나카무라의 내야안타로 2점째를 올렸다.

한국은 4―3으로 앞선 7회 박진만의 적시타로 1점을 도망갔지만 일본은 7회 연속안타와 몸에 맞는 볼로 잡은 1사 만루의 찬스에서 3번 다구치가 2타점짜리 동점타를 터뜨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양팀은 9회 절체절명의 위기를 한차례씩 넘겼다. 일본은 9회초 1사 2,3루에서 내야땅볼 때 3루주자 홍성흔의 홈인을 막았고 한국은 9회말 2사 1,2루에서 3번 다구치의 오른쪽 안타때 우익수 이병규의 기가 막힌 홈송구로 2루주자 아카호시를 홈에서 잡았다.

한숨을 돌린 한국은 연장 10회 단타 3개로 만든 1사 만루에서 상대실책과 정수근의 희생플라이로 천금같은 2점을 뽑은뒤 10회말 일본의 반격을 1점으로 막아내 천신만고 끝에 승리를 얻어냈다.

마지막 병살타로 경기를 마무리지은뒤 한국 선수들은 마운드에서 서로 부둥켜안았고 관중석에선 한국 응원단의 만세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한국은 24일 최약체인 남아공과의 경기를 이기면 4승3패를 기록하게 되는데 4강 경쟁국인 일본(4승2패)과 호주(2승3패)가 각각 최강팀들인 쿠바와 미국전을 남겨두고 있어 일단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네덜란드는 이날 남아공에 패함으로써 2승4패로 4강 진출이 물건너갔다.

<시드니〓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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