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체조 안마 결선에서 5위에 그친 북한 체조영웅 배길수(29)의 얼굴엔 아쉬움만이 가득했다.
15년간 묵묵히 걸어왔던 한 길. 그는 운동선수로서 이룰 것은 모두 이뤘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 등 동양인답지 않게 선 굵은 연기를 구사하며 안마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북한은 그에게 ‘영웅’칭호를 붙여줄 정도였다.
98년 동아시아경기대회를 끝으로 화려한 선수 생활을 접었던 배길수. 조선체육대학에서 훈련 방법을 연구하는 연구사로 근무하던 그는 2000시드니올림픽을 체조 인생의 마지막 무대로 삼았다.
“처음엔 할까 말까 많이 망설였지만 새천년이 시작되는 해에 나도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복귀를 결심했다.”
하지만 1년 동안의 공백이 그에겐 너무나 컸다. 연구사로 근무하는 동안 완전히 운동을 쉬어 버린 배길수는 지난해말부터 9개월 정도 훈련을 쌓았지만 전성기의 실력을 회복하기엔 무리. 그나마 9개월 가운데 집중적인 훈련 시간은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내심 금메달을 목표로 삼았던 배길수는 “훈련이 부족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11월에 돌이 되는 딸(배수옥)의 얼굴이 보고 싶다”며 총총히 올림픽파크 체조 경기장을 떠났다. 이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체조영웅’에서 ‘평범한 아버지’로 돌아간 것이다.
<시드니〓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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